어버이날

2018. 5. 8. 22:21짧은 생각들

어버이날이다. 

2018년이면 부모님이 "어버이"가 되신 지 30년째 되는 날.

나이는 찼으나 성인으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두 자녀와 함께 아버지는 사신다.

오늘은 바쁜 나를 대신해 동생이 아버지와 맛있는 점심식사를 했고,

아버지 드릴 선물은 쇼핑몰의 사정 때문에 내일 올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벌써 3년이다.

그 해에는 너무도 정신없었어서, 나는 기억 나는 것들이 별로 없다.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어머니의 병명을 알게 되었고

계속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돌아가실 것을 믿지 않았던 것 같다. 어떻게든 거부하고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호스피스에서 얼마 안 남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정사진이나 한복을 준비해달라는 말을 듣고 혼자 집에 와 어머니의 사진을 챙길 때, 

그제서야 나는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내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혼자 서서 나는 그치게 할 수 없었던 울음을 끅끅 소리내어 울었다. 


현실을 외면해왔던 죄는 그 이후에 크게 다가왔다.

우리 가족 모두는, 어머니까지 모두는 죽음을 준비하지 못했다.

어머니를 촬영한 영상도, 녹음한 목소리도, 어머니와의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병실을 계속 지켰지만 어머니는 이미 맑은 정신에서 대화하실 수 없는 상태였다.

나는 그저 손을 잡고 어머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랑을 표현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어머니가 떠난 이후 삶이 부스러졌다. 그 해에는 뇌가 굳어버린 것 같아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애인을 떠나게 했다.

그리고 건강을 챙기지도 못해서 여기저기가 아프게 되었고, 우울한 증세가 심화되었다.


종종 생산적이지 못한 생각을 한다.

어머니가 살아 계셨으면, 그래서 건강히 우리 곁에 아직 계셨다면, 나는 분명 지금보다 더 행복했을 것이야.

친구는 이런 생각이 우울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이 생각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어머니가 부재하는 어버이날을 세 차례나 지냈는데, 올해는 뭔가 더 아픈 것 같다.

3년상을 지낸 것도 아닌데, 올해는 성묘도 어버이날도 다른 해보다 편치 않다.

그리움이 더 커져서일까?


나는 이제야 어머니가 좋아했을만한 것들을 한다.

여행을 다니고, 동생과 아버지와 '가족'의 기억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어머니가 계실 때는 왜 하지 못했을까?

여행을 좋아해 식사하실 때 늘 여행 프로그램을 틀어놓으시던 어머니와 가지 못한 여행들을 속상해한다.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아버지에게 좋은 아들이 되는 것, 그리고 아버지라도 행복하도록 노력하는 것이겠지.

그것이 내게 남은 유일한 것임을 알지만, 어머니의 빈 자리가 자꾸만 느껴지는 것은 영 적응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나이는 서른이지만 엄마가 계속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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