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18. 01:54ㆍ여행/2018 남부베트남
달랏 (3) - 신투어리스트 시티투어(half-day).
새벽에 후두둑 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
꽤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고산지대라 열대성 스콜도 아닐 터였다.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더 자고 일어나니 비가 멈췄지만, 언제 다시 와도 놀랍지 않은 하늘이었다.
숙소에서 신투어는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였다.
혹시나 비가 올까 해서 스스로를 재촉하며 걸었다.
달랏 신투어는 신투어가 운영하는 호텔 옆 아주 작은 사무실이다.
이 앞에 간이의자들이 놓여져 있고, 투어나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이 간이의자에 앉아서 기다려야 한다.
앉아있으니 폭우가 쏟아졌고, 버스는 오지 않았다.
30분이 연착되어 거의 꽉 찬 버스가 왔다.
달랏 첫 날 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외국인 여행자들이 여기 다 있었다.
한국인 아저씨들도 있었고, 인사는 하지 않았지만 내 또래의 한국 남성 분도 있었다.
가이드는 베트남어와 영어 두 가지의 언어를 번갈아가면서 투어를 진행했다.
오전에는 네 번의 방문지가 예정되어 있었다.
여행 다니면서 시티투어 같은 것은 보통 하지 않지만,
달랏은 도시 외곽에 여러 명소들이 흩어져 있어서, 투어가 유용하다고 판단했다.
저렴하기도 했고.
첫 방문지는 바오다이 왕의 여름 궁전인데, 베트남 마지막 황제의 휴양 공간이었다고 한다.
여전히 비가 많이 오고 있어서, 외관을 자세히 보기는 어려웠고, 실내로 들어왔다.
프랑스풍 건물로, 내부는 식민지 초기 아시아 국가들이 사용했던 동서가 융합된 건물 구조를 보여준다.
비가 잠깐 그친 틈을 타 외관 사진을 남겼다.
날이 좋았다면 더 좋은 인상을 받았을까?
명소라기에는 지나치게 평범한 공간 같았다.
식민지 시대의 마지막 지도자가 지은 건물은 대책 없이 화려하거나 하다는 점에서 '이 나라가 이래서 망했구나'를 실감하게 하는데,
그 정도로 화려한 것도 아니었다.
다음에 간 곳은 니콜라스바리 대성당.
파스텔 톤을 좋아하는 베트남 성당의 하나이며, 탑 꼭대기에 수탉 모양의 조형물이 십자가 위에 서 있다.
한 바퀴 돌고 다시 투어 버스에 탔다.
다음 목적지는 그나마 오랜 시간 머물렀는데,
로빈 힐에서 도시 전경을 본 뒤 케이블카를 타고 사원에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로빈 힐에 올라 내려다본 달랏은..
구름이 잔뜩 낀 하늘 아래 우중충한 기분의 도시가 되어버렸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약간의 위로라는 듯 푸른 하늘이 간간이 비치기도 했다.
케이블 카 가격은 투어에 포함되지 않아서, 가이드가 걷어서 대신 구매해준다.
사실상 케이블카를 타지 않는 선택지는 없는 듯 한데, 왜 투어에 포함시키지 않는지 궁금하다.
삐걱삐걱 대서 약간 불안하기는 했지만, 귀여운 색의 케이블카에 다른 커플과 함께 탔다.
부럽지만 꾹 참고 케이블카 아래를 내다보면서 이동했다.
도착한 사원은 그리 유명한 사원은 아닌 듯 했지만,
작은 정원도 있고 불상도 있어서 조용하게 산책 할 수 있는 분위기기는 했다.
신투어의 가이드는 아주 간략한 기본 정보 외에 우리가 머무는 곳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싸게 온 투어이기도 했으니 크게 아쉽지는 않았지만,
유적(처럼 보이는) 건물 안에서 어떤 지식도 없이 앉아 있으니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기분이 밀려왔다.
오전의 마지막 일정은 다탄라 폭포였다.
사실 내가 투어에 참여한 것은 이 폭포에 있는 미니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함이기도 했다.
'걸어서 세계속으로'에서 얼마나 재밌어 보이던지..
그런데
시간이 촉박하다며 우리의 가이드는 롤러코스터에 줄 서지 말고 걸어서 다녀오자고 했다.
10분이면 다녀온다던 산책로는 꽤 오랜 시간 오르막 내리막을 지나야 했다.
롤러코스터도 잃고 체력도 잃고 얻은 것은 땀과 한숨이었다.
너가 타는 그 차.. 그차가 내 차였어야 해..
겁이 많아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거르는 성격임에도 이 기구에 타고 싶었던 건
이 롤러코스터가 느리고 뭔가 허술(?)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앞에 사람이 많으면 트래픽 잼도 생기고, 속도도 자발적으로 조절 가능하고.
신기한 경험일 것 같았는데 어이 없게 무산되다니 아쉬웠다.
한참을 걸어내려오니 나타난 폭포. 15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덥고 습해서 체감으로는 더 힘들었다.
캐녀닝 하는 외국인들이 지나가는 것을 몇 번 마주쳤는데, 시내에서 잘 보이지 않는 외국인들이 다 여기 있었다.
미니 롤러코스터의 사진을 남기면서 스스로를 달랬다.
다탄라 폭포를 마지막으로 오전 투어가 끝났고, 버스는 신투어로 향했다.
나는 오전 투어만 예약했기 때문에 인사를 하고 빠져나갔다.
점심을 먹고, 달랏 기차역으로 가야 했다.
관광열차는 낮 두시에 탈 수 있으니 맞춰서 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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