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베트남 기행 - 달랏 (1)

2018. 7. 17. 11:45여행/2018 남부베트남

달랏 (1) - 호치민에서 달랏으로, 크래이지 하우스, 달랏 거리, 식당, 카페들.




산 것도 하나 없는데 이미 무거운 캐리어를 질질 끌고 호치민 신투어리스트로 향했다.

카메라 장비만 아니었으면 백팩을 가져왔을텐데 한 손이 자유롭지 않으니 영 불편하다. 몸의 균형도 뭔가 어색하고.

신투어는 투어 가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나는 잠시 기다린 후에 달랏으로 가는 슬리핑 버스를 탔다.

뭔가 실수를 했다. 맨 앞 자리에서는 다리를 충분히 펼 수 없었던 것이다.

신투어 슬리핑 버스를 여러 번 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고.. 

나는 달랏으로 가는 6시간 동안 휴게소 잠깐을 제외하면 다리를 쭉 펼 수 없었다.







그나마 전망(?)이 좋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측면의 전망을 보며 여행하는 것과 정면을 보며 여행하는 것은 다르니까.

점차 고도가 높아지는 것이 보였다. 멀리 보면 계곡과 낭떠러지가 보였으니까.



그렇게 달랏에 도착했다.



허리디스크에 대한 걱정으로 아주 싼 호텔을 피해서, 사치를 부렸다.

아이리스 호텔이라는 제법 큰 호텔이었는데, 방도 시설도 아침식사도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망이 꽤 좋았다. 예약할 때 시티뷰가 있는 방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기대한 것보다 더 좋은 느낌을 받았다.

날이 더 맑았으면 좋았을 테지만.. 고산지대의 독특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호텔 풍경이 좋다는 것은 호텔의 위치가 언덕 위에 있다는 것 또한 의미한다..






거리로 나섰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고산지대라는 점이 대기의 움직임을 독특한 것으로 만들어 내는 것 같기도 했다.

하늘이 가까운 느낌. 구름이 예쁜 하늘.




청량한 거리.







상업화된 달랏 특산품들은 '랑팜'이라는 스토어에서 살 수 있다.

달랏에만 있는 줄 알고 바리바리 사서 나트랑으로 갔는데, 나트랑에서도 몇 번 만날 수 있었다.

달랏 커피나 와인, 아티초크를 비롯한 각종 차들, 견과류 등등을 살 수 있다.

시장이나 길에서 사는 것보다 나은 품질일 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갖게 하는 매장이다.

직원들도 (때로는 과하게) 친절하고.






지나가다 마주친 an 카페. 여러 블로그에서 포스팅을 읽었던 기억이 났다. 생각보다 호텔하고 가까워서 나중에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외관이 너무 예쁘다고 생각해서 내부 인테리어도 궁금해졌고.

슬리핑 버스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한 나의 늦은 점심 식사는 바로 앞에 '분짜하노이'에서 했다.








로컬 음식점이지만 가격은 로컬 음식점보다 약간 비싼.

구글 맵 리뷰에서 분짜를 추천하기에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주문했다.









허기 때문에 나는 객관적 평가를 포기했다.

너무너무 맛있었는데 배고픔 때문이었는지, 이 음식 자체가 가진 힘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양이 조금 적어서 후루룩(!) 해버리게 되는데, 금방 다 먹고 아쉬움에 쩝쩝거리게 된다.











주문을 하면 바로 앞 화로에서 고기를 구워 준다.

하노이에서는 큰 로컬 식당에 가서 잘 몰랐는데, 대부분의 분짜 집들이 초벌한 고기를 이렇게 재벌해서 주는 것 같다.

그러니까 사실 조리법은 한국의 육쌈냉면 고기와 같은 방식인 것 같기도 하고.









허기를 겨우 달래고, 산책하면서 크래이지 하우스로 향했다.

어느 순간부터 여유를 찾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보다는

어떤 특별한 경험에 집중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두 가지가 아예 분리되지는 않겠지만.

이 곳의 맥락 속에서 마주하는 낯선 것들이 나를 반성하게 하니까.







베트남의 오토바이는 이미 악명이 높다.

한 번 다녀온 사람들은 오토바이에 고통 받은 이야기를 빼놓지 않으며,

현지 사람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하고 다닌다.

달랏도 마찬가지였는데, 평소에는 많지 않은 오토바이들이 퇴근 시간이 되면 쏟아져 나와서,

사실 거리를 산책하는데 조금 힘들었다.

매연으로 켁켁거리고 눈물을 흘린 것이 십몇년 만에 처음이었다.









크래이지 하우스에 도착했다.

베트남 고관의 자녀가 만든 독특한 건물이자 호텔이라고 하는데,

가우디에 영감을 받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슷한 인상을 준다.

실제로 운영하고 있다는 호텔의 내부는 사실 조금 키치한 느낌이다.









언뜻 보면, 카파도키아의 동굴 호텔도 떠오른다.












독특하긴 했지만 글쎄, 다시 오지는 않을 것 같다.

미로 같은 구조에 난간이 낮아 위험하기도 하고, 세세히 살펴보면 조금 투박하기도 하다.

그래도 한번쯤은.

 








뒷편으로 가면 아직 공사중인 구역도 있다.








나가면서 만난 댕댕이.










살짝 지는 노을빛이 건물에 반사되자 따뜻한 색감을 준다.

그리고, 이제 퇴근 시간이 되어 수 많은 오토바이가 쏟아져 나온다.







미세먼지를 그렇게 싫어하는 내가 수 많은 오토바이 옆을 지나는 것은 사실 아이러니인데,

오직 여행이었기에 참을만 한 것이었다.

그래도 내 폐를 위해서, 달랏 호수로 피신했다.

달랏은 현지인들의 휴양지, 신혼여행지로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 호수 주변에 외국인은 얼마 보이지 않았다.

 








서울은 한강이 있기에 숨통이 트인다.

달랏에게 이 호수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푸른 하늘과 그 하늘을 담는 호수가 달랏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게 아닐까.








컴땀으로 허겁지겁 식사를 하고 나니 어느 덧 해가 지려 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달랏에서 빼놓을 수 없다는 야시장으로 향했다.

달랏 시장이라는 랜드마크의 앞 마당은 밤이 되면 야시장과 시민들로 가득 찬다.


달랏(2)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