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 22. 12:22ㆍ여행/2019 후쿠오카
(5) 다시 유노츠보
여행이 하루 더 남아 있었으나, 아침부터 공항으로 바삐 향해야 하는 일정이기에 사실 여행은 이미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 있었다. 아침 일찍 역에 가서 기차를 타고 하카타 역으로, 그리고 다시 공항으로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일정이기에, 도중에 어떤 다른 것도 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물론 이국의 교통편을 이용하는 것 또한 좋은 경험이기는 했지만. 그래서 이전의 다른 여행에서와 마찬가지로, 동생과 나는 마지막을 기념품 쇼핑으로 불태우려 했다. 그래서 우리 같은 사람을 기다리며 활짝 열려 있는 상점가들로 바삐 걸었다.
물론 거리 스냅도 잊어서는 안 됐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구마모토의 캐릭터 쿠마몬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는 큐슈 지역의 캐릭터처럼 인식되고 있는듯 하다.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울 것 같아 예쁘고 실용성있는 상품을 찾아 다녔지만 안타깝게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의 캐릭터 상품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챠샵'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유후인에도 일본 애니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구매할 수 있는 가챠샵 + 캐릭터샵이 있다. 일덕/양덕이라는 나이브한 이분법에 따르면 아무래도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라서, 일본 애니 캐릭터들에 대해서는 소비욕을 자제할 수 있었으나.. 스타워즈 가챠는 결국 조용히 지나치지 못했다. (일본은 미국 다음으로 스타워즈 인기가 높고, 굿즈가 다양한 지역이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래서 여행기는 곧바로 써야만 한다) 아기자기한 마을처럼 꾸며놓은 상점가도 있다. 조금 키치한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지브리나 무민 등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있어 구경할만 했다.
키치에 약해서 흑백 사진으로 무마해보려 했다.
목공 샵 앞에 목재 기러기(갈매기?)가 있다. 바람이 불면 날개가 회전하는 일종의 목공 바람개비인데, 왜인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졌다.
유노츠보 거리에서 가장 큰 쿠마몬 매장에 갔다. 어떤 지역을 대표하는 기념품을 구매하는 것이 내게는 일종의 '사명'인데, 목적이 뚜렷한 상태에서도 구매가 쉽지 않았다. 인형이 제일 무난한 선택이기는 했지만 집에 이미 인형이 많고.. 작은 파우치와 열쇠고리 하나 정도만 구매하고는, '합리적 소비'라 자부하면서 다시 거리로 나섰다.
유노츠보 거리의 끝, 혹은 시작에는 B-Speak라는 롤 케이크 가게가 있는데 두 가지 사이즈로 판매하고 있다. 작은 사이즈는 일찍 매진된다고 하는데, 이 날도 역시 매진이었다. 아쉬운 나머지 큰 사이즈라도 구매했고, 숙소에 와서 동생과 열심히 흡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가게는 사실 고양이 기념품과 강아지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었는데, 각각 거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고양이 샵은 고양이와 장식 모형 등등을 판매하고, 강아지 샵 또한 마찬가지인데, 상점의 음악이 아주 충격적으로(?) 신선하다. 기존 노래의 모든 음을 고양이 샵은 "야옹/냥"으로, 강아지 샵은 "멍/컹"으로 바꿔서 부른다. 가령, 베토벤의 운명이 "빠빠바밤~"이라는 유명한 저 구절로 시작한다고 하면, 고양이 샵은 "냐냐냐냥~"으로, 강아지 샵은 "멍멍멍멍~"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오래 쇼핑을 하면 뭔가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머리가 아파지기는 하는데, 그 경험 때문에 오히려 기억에 오래 남게 됐다.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 냥덕후 집사이기에 고양이 샵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일본 여행의 상징(?)과 같은, 손 흔드는 고양이도 있다. 사실 일본에서 고양이 샵이면 당연히 있어야 할 정도로 상징적인 캐릭터다.
샵 정문 위에 고양이 모형들이 있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진짜 고양이로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문득 보고는 아주 놀랄 수도 있다.
반대편 강아지 샵의 간판. 일본 하면 강아지보다는 고양이를 먼저 떠올리게 되기에, 강아지 샵은 사실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마지막 가게는 유리 공예점이었는데, 무척 정교하고 예뻤지만 아무래도 실용성이 떨어지기도 하고 조금 가격이 높기도 해서 조심조심 보고는 빠르게 나왔다. 유리 공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탈출할 수 없었을 것이다. 1층에는 유리공예를, 2층에는 오르골을 파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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