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22. 21:37ㆍ여행/2018 남부베트남
나트랑 (1) - 달랏에서 나트랑으로, 풍짱버스, 시타디네스, 랜턴스, 갈란갈
아침을 먹고 나니 비가 오기 시작했고, 비가 그쳤으면 했는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마지막으로 안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고, 분짜하노이에서 분짜를 먹고 나서 풍짱 사무실에 걸어가려고 했다. 비가 많이 와서 우비를 입고 걷는데 힘이 들었다.
알고 보니 풍짱 터미널은 시내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었고, 미리 호텔을 얘기하면 픽업을 오는 시스템이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풍짱 버스 사무실에 갔고, "여기서 타는 거 아니에요!"하면서도 불쌍하게 여기셨는지, 직원 분이 불러주신 픽업버스를 얻어 탔다. 사실 이 때 알았어야 했다. 풍짱은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픽업버스가 직원이 이야기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아 버스를 못 탈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덜덜 떨다가, 버스 출발 10분 전에야 도착한 터미널. 그러나 출발은 다행히(?) 꽤 지연되어 여유 있게 탑승했다.
바우처를 보여주면서 예매한 표를 수령하고,
안내에 따라 버스에 탑승했다.
비교하기 위해 신투어와 풍짱을 한 번씩 탔는데 (지난 여행들에서는 신투어만 이용했다), 그래도 여전히 신투어가 제일 낫지 않나 생각했다. 사무실이 여행자 거리에 있기도 하고, 내가 탄 버스에 한해서는 신투어가 더 깨끗한 버스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풍짱버스의 터미널 위치다.
달랏->나트랑은 반드시!! 신투어를 타는 것이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가격 차이만큼의 이득도 없다. 신투어 사무실은 달랏 시내에 있고, 버스가 그 사무실에서 출발한다. 게다가 나트랑에 도착하면 여행자 거리에 있는 사무실에 내려주는 것 같았다. 반면에 풍짱 버스의 사무실은 나트랑 시내 멀리 있다. 롯데마트보다 더 시내에서 멀리. 시내로 보내주는 샌딩 버스가 있겠지 생각했는데, 직원들도 몇 없고, 안내도 없고. 나와 함께 내린 승객들이 바삐 택시를 잡아 타자, 나도 택시를 잡아탈 수밖에 없었다.
시내에 있는 숙소까지 11만동 정도가 나왔다. 그러니까 결국 달랏->나트랑 이동을 위해 버스비 포함 25만동 정도를 지불한 것이다. 신투어는 그 절반 정도였는데..흑
반대로 나트랑에서 달랏을 갈 때에는 풍짱 사무실에서 터미널로 데려다 주는 듯 했다. 달랏 터미널에서 다시 데려다 주려나?
현지인들이 타기에는 풍짱이 더 좋을 지 몰라도, 여행자에게는 그래도 여전히 신투어가 좋은 선택지인 듯 하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아재의 용어를 떠올려 본다.
이건 아마 모든 회사 버스가 공통일텐데, 달랏에서 나트랑으로 가는 길은 꼬불꼬불 절벽 위 도로를 지나야 한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멀미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탄 버스는 게다가 기사님이 막 밟으셔서 은근히 무서웠다. 도대체 다른 차랑과 추월 경쟁을 한 차선 절벽 도로에서 왜 하는 것인지..ㅠ 대관령을 과속 질주하며 한 시간 동안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여튼 우여곡절 끝에 Citadines에 도착했다. 호텔이 너무 좋아서, 오전의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그 비어버린 공간이 즐거움으로 가득 찼다.
(참고: 택시를 탈 때 시타딘으로 얘기해야 통할 때가 있고, 시타디네스라고 얘기해야 할 때도 있는 호텔이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쉬고 싶어 씨뷰를 예약했는데, 룸을 업그레이드 해 줬다. 아파트먼트였다. 거실이 있고, tv도 두 개고, 화장실이 방 하나 사이즈고, 부엌에 세탁기까지 있는! 나트랑 4박 중 2박이 시타디네스였는데, 통으로 4박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뷰도 너무 너무 좋았다.
누워서 고개만 돌리면 바로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로 나서면 멀리 빈펄랜드도 보였다.
바다를 보며 숙소에 계속 있고 싶었지만,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 터라 짐을 챙겨 급히 방을 나섰다.
오가는 길에 다시 만난 콩 카페. 베트남에 콩 카페가 꽤 많아진 것 같다.
트립 어드바이저를 살펴봤을 때 알게 된 것인데, 이상하게 나트랑에는 베트남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보다 서구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들이 꽤 많다. 역시 그럼 로컬 음식점이 대안이겠지만, 너무 굶주리고 피곤한 나머지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아서 유명하다는 랜턴스에 갔다. 베트남 전통 등이 여러 개 달려 있어서 랜턴스인듯 했다.
수박 쥬스를 흡입하고
분팃느엉을 후루룩 삼켰다.
한 숨 돌리고 나니 옆에서 나는 냐옹 소리가 비로소 귀에 들어왔다.
안녕? 우리 집 애들과 다르게 너는 너무 말랐구나.
오랜만에 만나는 냥이를 바라보며 신선놀음을 하다가 한참 만에 나왔다.
밥을 다 먹고 소화를 위해 나선 산책이었지만, 너무 더워 빈펄플라자에 들어갔다.
그리고 발견하게 된 것은, 호치민에서 보았던 미니 굿-삼무 였다. 어서 단속을 했으면 좋겠다. 모니터에 트와이스 뮤비까지 나오자 이들의 한인 코스프레에 진저리가 났다. 한국 기업인 척 속여 이윤을 챙기는 역겨운 모습. 싸구려 제품으로 나빠지는 한국 이미지는 누가 보상해주나?
날이 조금 선선해진 것 같아 나트랑 비치로 향했다. 다낭의 미케비치만큼은 아니지만 꽤 길게 들어선 비치와 모래사장, 그리고 해수욕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베트남 내륙의 해변이 대체로 그렇듯이 물이 엄청 맑지는 않았다. 역시 스노클링은 투어를 가서 해야. 날이 흐려서 더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나트랑의 랜드마크. 분홍 튤립 모양의 건축이다.
묵고 있는 시타디네스가 보인다. 생각해보면 숙소 위치가 꽤 좋았던 것 같다. 나트랑 센터하고는 걸어서 다니기엔 조금 멀었지만 야시장도 가깝고 맛집도 많고. 무엇보다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뷰도 좋고.
어느덧 해가 졌다. 숙소 테라스에서 본 야경. 수 많은 오토바이들이 숙소 앞 도로를 지난다.
(야경을 찍기 어려운 마포의 노이즈란..)
저녁은 숙소 앞에 있는 갈란갈에서 먹었다.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외국인들도 많고, 그 중 반 정도는 한국인들인 것 같았다. 요즘은 다낭으로 많이 가는 듯 하지만 나트랑에도 여전히 많이 오는 듯하다. 하긴 한국인이 너무 많은 여행지를 선호하지 않는 나조차 나트랑에 로망이 있었으니.
제대로 먹지 못한 분보후에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시킨 분보. 현지 음식 레스토랑으로는 갈란갈이 나트랑에서 제일 괜찮은 식당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갈란갈 바로 앞은 시타디네스인데, 시타디네스 건물에서 하이랜드 커피가 영업을 하고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땡길 때마다 종종 가서 한잔 마시고 나오기에 좋은 카페. 그러나 베트남스러운 느낌은 별로 없는, 그저 프렌차이즈 카페 느낌이 강하긴 하다. 굳이 시간을 내서 찾아다닐 필요는 없는 카페.
마침 월드컵 8강이 진행되는 시기였어서, 대형 화면을 튼 레스토랑이나 길가에서 많은 사람들이 월드컵을 관람하고 있었다. 이 중에는 여행자도 있고 베트남 현지인도 있었다. 사실 세계인의 축제이기도 하니까, 세계 모든 관광지들이 월드컵을 틀어놨겠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베트남 인들 사이에서 함께 월드컵을 보는 것은 조금 다른 경험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간이 늦어 숙소에 들어와 8강 두 경기를 모두 보고는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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