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을 접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겠다.

2020. 12. 6. 20:49짧은 생각들

 

지난 주 (아니 일요일이니 이번주인가?) 수능이 있었다. 수능이 끝났다는 것은 입시논술 파이널 시즌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이 시즌에 대학원생들은 소소한 용돈 혹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삼삼오오 논술학원으로 향한다. 아이들의 답안을 첨삭해주는 단기 알바를 하기 위해서다. 나도 몇년 째 그래 왔고, 올해도 그랬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강의도, 첨삭도 온라인으로 행해졌다. 나는 아이들이 메일로 답안을 보내기를 기다렸다가,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주고 조언을 달아 다시 보낸다. 짧은 격려의 문구도 더해서. 오프라인 수업일 때에는 아이들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최대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려 하는데, 온라인이다보니 만남의 깊이와 시간이 너무 얄팍하다.

 

집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종종 무심코 페이스북을 누르게 된다. 지인들의 근황이 뜨고, 다는 아니지만 묵혀놓은 게시글들을 하나 하나 읽게 된다. 그래서 오늘 떠오른 생각은, (사실 전부터 갖고 있던 생각이지만)

 

 

페북을 접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겠다. 였다.

 

 

나이가 30대 중순이 되니, 각자가 각자의 삶의 경로에서 어느 정도 나아간 삶을 산다.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겠으나, 페이스북에 뭔가를 꾸준히 올리는 이들은 그러한 사람들이다. 직업적 성과가 있고, 어느 정도 사랑을 받거나, 남들 앞에 당당하게 내보일 수 있는 자신의 생산물들이 있다. 그러한 글들이 나를 다시 비추고, 나는 조금씩 작아진다.

 

대학원생이라 그런거 아닌가? 하는 작은 방어기제가 섰다가도, 다른 원생들이 온라인에 번역본을 내놓고, 여러 공부모임들을 만들고, 논문을 여럿 내고 하는 것을 보면 매우 투명해지는 것이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올해는 그저 '좋은 조교' '친절한 조교'가 내가 얻은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학생들 맘 속에서는 아닐 수도 있다)

박사논문 준비는 조금 더디고, 그렇게 한 해가 가고 있다.

 

큰 일이 버거워 소소한 행복에만 눈을 돌린다.

어제 산 중고 카메라 렌즈가 남은 올해를 조금 더 밝게 비추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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