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7. 21:03ㆍ짧은 생각들
7월 말이 생일이었다. 이미 30번 반복되어온 날이 새로울 것 없이 다시 한 번 돌아왔던 31번째 생일이었다. 서른이 되기까지는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면서 스스로를 애처로워했었는데, 지나고 보니 별 다를 것 없어서인지 그 이후로는 슬프지 않다. (아마 마흔번째 생일이 가까워오면 또 다르겠지?) 한 때는 괴로움으로 가득찬 세계에 태어나게 된 것을 슬퍼하면서 생일을 보냈는데, 어느 순간 이후부터는 기쁜 날로 생각하고 있다. 잠시 잊었던 친구들과 다시 연락을 주고받고, 작은 선물을 받으며, 내가 자행하는 많은 소비들을 '아주' 잘 정당화해주는 날이기 때문이다.
생일에 대한 글을 이제 쓴다는 것은, 매우 정신없는 날들을 보냈기 때문이다. 8월 2일에 '논문제출자격시험', 곧 논자시가 예정되어 있었다. 두 과목을 통과해야 비로소 논문을 제출할 자격을 얻게 되는, 논문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에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다. 합격률이 높지 않아서 긴장이 많이 되는 시험이었다. 물론 떨어진다고 인생이 크게 요동치지는 않는 시험이다. 문제는 내 소심함에 있을 뿐이었다.
불과 시험 삼 일 전이 생일이라니. 맘이 편할 수가 없었다. 여러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저녁 모임이 있었으나 계속 맘이 급하고 신경이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약속을 마치고 와 자연스럽게 책상 앞에 앉았고, 그렇게 생일에도 새벽까지 공부를 하게 되었다. (억울해서 새벽 두시부터 조금 놀기는 했다)
그렇게 준비했던 시험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다른 이들이 급작스레 못 오게 되어 응시자가 나 혼자뿐이었다는게 그나마 희망적(?)인 가능성이다. 그래도 시험이 끝났다는게 어디냐, 미친듯이 놀고 자고 돌아다니면서 한 주가 갔다. 공부의 바쁨과 마찬가지로, 유희의 바쁨도 블로그를 멀어지게 만든다. 그래서 이제야 짧은 글을 적는다.
앞서 별 다를 것 없는 생일이었다 했지만, 적고 보니 유별난 생일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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