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14. 23:59ㆍ여행/2017 다낭
여행 3일차가 되었다. 역시 잠자리가 바뀌니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어...서 7시쯤 눈을 떴다.
그런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2월은 베트남 날씨에서 건기에 해당되지만, 우기가 끝난지 얼마 안된 건기 초입이라서 비가 종종 온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우리의 6일 여행, 보다 정확히는 베트남에서 보내는 4일 여행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다행히 하루는 비가 오지 않았지만, 3일째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다.
건기의 비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빗발이 굵고 잦았다.
3일차는 후에에서 왕릉 두 군데를 둘러보기로 계획한 날. 비가 온다고 포기할 수 없었다.
후에까지 와서 왕궁만 보고 갈 수는 없지.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을 했다. 짐을 맡기고 호텔에 택시를 불러달라 부탁했다.
여러 블로그들의 정보를 수합한 결과, 택시로 왕궁 두 군데 가면 30-50만동 정도가 드는 것 같았다.
택시가 오면 30만 동 부르고 적절히 협상해야지 생각했다.
마일린 택시(초록 택시)가 왔다.
어, 큰 택시다. 작은 택시라고 미리 말하지 않아서 그런지 사람이 두 명인데 큰 택시가 왔다. 큰 택시는 더 비싸다고 하던데.
협상이 거부당했다. 미터로 간다고 한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50만 동은 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안일했다.
먼저 민망황제릉에 갔다. 우리는 미터기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무섭게 올라갔다. 어린 시절 택시를 타고 달리는 말에 불안해하던 기억이 났다.
민망황제릉->카이딘황제릉->다시 호텔의 일정이었는데,
그 절반의 여정도 안 되는 민망 황제릉에 갔을 때 30만동 가까운 액수가 미터기에 찍혔다.
그래, 50만동 조금 넘기면 그렇게 큰 바가지는 아니니까...
일단 택시에서 내렸다.
30분 기다려준다 했는데 더 있겠다고 해서 40분으로 합의를 봤다.
비도 오는데 40분이라니.
일단 전날 산 통합권을 보여주고 입장했다.
민망 황제릉은 원래 황제의 정원이었는데 황제의 사망 후 그의 무덤이 되었다고 한다.
들어서자마자 넓은 호수가 보인다.
비가 많이 왔는데, 그 때문인지 더 운치 있는 느낌을 주었다.
정원의 가장 전면부에 있는 문.
출입구는 다른 쪽이어서 정원을 들어서서 걷다 보면 문의 후면이 보인다.
비가 많이 왔다. 사진 찍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비 때문에 묘한 색감이 나왔다.
베트남의 전통 건축들은 날씨가 흐릴 때 어떤 새로운 운치가 생겨나는 것 같다.
비가 와서인지 다른 관광객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국적인 전통 건축과 비, 그리고 꽃의 뒤섞임이 묘한 분위기를 만든다.
비가 많이 왔고, 예정된 택시비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오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하고 운치있으며 멋이 느껴지는 정원.
40분이 거의 다 되어 빠른 걸음으로 나왔다.
우리가 나올 때 쯤 다양한 단체 관광객들이 등장했다.
이른 시간에 오길 다행이었다 생각했다.
택시는 카이딘 황제릉으로 향했다.
구글 맵을 보고 있었는데 택시가 약간 먼 길로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거리가 아니라서, 뭐라 말할까 하다 참았다.
적당한 바가지는 이해하는 것이 좋은 여행의 전제라는 생각을
7년 전 이집트에서 했다.
카이딘 황제릉에는 한국 단체 관광 버스들이 즐비했다.
아 그렇게 피해다녔는데 결국 여기서 만나는구나 했다.
유교문화권의 특징인 것으로 보이는, 석상들이 나란히 서 있다.
비가 많이 왔다. 날이 좋았으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텐데.
부조 하나하나가 경이롭다.
건축은 잘 모르지만, 카이딘왕릉은 로코코 양식과 고딕 양식이 결합된 독특한 건축 양식이라고 한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건설되었기 때문인지도.
왕릉 내부는 미친듯이 화려하다.
실내에 들어서면 숨이 턱 막힌다.
"우와" "허어" 이외에는 좀처럼 말이 나오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셔터를 계속 눌러댔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첫째는 하나마나한 당연한 말 같아서이고,
둘째 이유는 '지금여기'서 느끼는 감상이나 인상을 무언가 결여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위험이 있어서이다.
그럼에도 카이딘 왕릉에 대해서는 약간의 역사적 지식이 도움이 되었다.
카이딘 왕릉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 지어졌는데, 카이딘 왕(황제)은 허수아비에 가까운 어린 왕이었다고 한다.
식민지시절 국가의 존망이 위협될 때, 자신이 들어갈 무덤을 이토록 화려하게 꾸민
카이딘은 그런 왕이었다.
왕릉의 부조 하나하나, 인테리어 하나하나가 어떤 점에서는 피식민 국가의 피땀이라는 것.
그래서 이 왕릉의 아름다움을 마냥 즐길 수는 없었다.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그 불편함을 안고 택시로 돌아왔는데,
미터기는 내게 또 다른 불편함을 주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약간의 팁을 포함(기다려주기도 했으니) 65만동을 냈다.
30만동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예산에 큰 구멍이 났다.
호텔 로비에서 멘붕하고 있던 내게 친구가 포켓몬고를 권했다.
팜응라오 거리에 있는 카페에서 비내리는 거리를 구경하며 앉아있다가,
블로그 검색을 통해 점심을 먹을만한 식당을 찾았다.
프랑스인과 베트남인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라고 블로그에서 본 것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이라고 블로그에서 본 것 같다)
라 까람블(?)
아 인테리어부터 너무 좋았다. 어제 저녁에 사람이 가득 차 있었는데 그럴만 했다.
역시 후에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분보후에가 제격이다.
분보후에 너무 내 입맛이었다. 고수가 가득가득 있는 것도 좋아!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신투어 버스를 타기 위해 신투어 사무실로 향했다.
원래 후에는 여정에 없었는데, 친구가 강력히 주장해서 1박을 넣은 거였다.
그래서 후에에서의 일정이 다소 급하고 짧았는데, 많이 아쉬웠다.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며칠 머무를 생각이다.
신투어 사무실은 후에 체육관 바로 앞에 있다.
다낭에서 후에 올 때는 버스에 빈 자리가 많았는데,
후에에서 출발해서 다낭과 호이안을 가는 버스에는 사람이 많았다.
다수가 현지인들로 보였다. 현지인들에게는 꽤 비싼 버스일텐데 상류층일까 생각했다.
이번에는 윗층에 앉았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호이안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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