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8. 18:05ㆍ짧은 생각들
군대 다녀 왔을 때부터 전공을 구체적으로 정했으니, 사회철학 전공자로 살아온 지 12년 정도 된 것 같다.
물론 지금 다루고 있는 주제들에 관심을 가진지는 훨씬 오래 됐지만.
기본적인 관심은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나를 움직이는 동기 중 하나다.
인간은 공동체를 이루어 살 수 밖에 없기에, 사람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정의로운 사회가 필요하다. 말하자면 정의는 행복의 조건인 것이다. 물론 정의는 그 자체로도 의미있는 가치지만.
전공자로 살아온 그 시절의 한국정치는 썩 평온하지 못했다.
사회철학의 범위는 넓지만, 많은 부분은 정치적인 것과 관련되어 있기에
나는 연구자로서 현실문제를 계속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이론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보면서 나는 점점 괴로워했다.
종종 형이상학을 하는 친구들을 부러워 하기도 했다.
가족이라는 주제를 택하게 된 것은
내가 가족이라는 관계를 인간의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지만
소위 말하는 현실정치의 문제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실천은 필요하지만 나는 멘탈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다.
나는 내유외유의 인간이니까.
대학에서 강의할 때에도 나의 염세주의적 면모를 드러내고,
학생들과 이러한 태도에 대해서 토론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번 건은 적당히 외면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피곤하고 무기력하고 지친다. (물론 강사 생활이 나를 이렇게 만드는 것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싸워야 하는 시점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현실도피를 하고 싶은 연구자로 살아가고 싶지만, 나의 정체성이 나를 숨지 못하게 한다.
모든 정치 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에 대해서는 마땅히 목소리를 내어야 하겠지.
한국의 민주주의는 마치 ios 업데이트하듯이 주기적으로 패치를 해 줘야 하는 것일까?
현타가 밀려오고 우울증 직전까지 내몰리는 느낌이지만,
내가 선택한 연구자의 길이니 그렇게 살아야겠지.
평화로운 시절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제는 잘 모르겠지만,
더 나은 상황이 하루 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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