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19. 01:56ㆍ짧은 생각들
목소리를 담아둘걸 하는 후회가 있다.
엄마와 지낼 때 까지만 해도, 폰으로 동영상을 찍는 문화가 그리 일반적이지 않았다.
물론 기능은 있었지만, 영상을 남기기 위해 장시간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이 이상해보이는, 그런 시기였다.
여행에 같이 가서도 사진을 찍는 정도가 보통이었다.
그래서 엄마를 찍은 동영상이 없다.
엄마의 투병 중에는 문득 생각을 했다. 영상을 남기는게 좋지 않을까? 하고.
그치만 그것은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기 때문에, 나는 결국 하지 못했다.
엄마의 죽음은 내 마음과 상관 없이 와버렸고, 호스피스에서 엄마는 목소리를 내는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했다.
엄마의 목소리를 떠올릴 때, 이 기억이라는 것이 점차 원본과 멀어진다는 생각을 한다.
이 기억이 맞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리고 목소리를 담아뒀지만 좀처럼 듣으려고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1년 전 내 곁을 먼저 떠난 호동이는 야옹야옹 하면서 종종 말을 걸곤 했다.
그리 다정한 고양이는 아니었고, 여느 고양이처럼 집사에게 갑질을 했지만
나는 호동이를 많이 사랑했다.
호동이를 찍은 영상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된다.
고양이 번역기에 남아 있는 음성 파일도 있다.
그립지만, 듣고 싶지 않다.
듣고싶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왜 신은 두 번째 기회를 주지 않는 걸까? 너무 늦어버린 일들에도 한번 더 기회를 줬다면, 뼈저리게 후회하고 아프더라도 그걸 만회할 기회를 줬다면, 지금보다는 덜 아팠을텐데. 내게 닥쳐온 위기를 한 번도 이겨내지 못했다.
기적을 바라는 것은 바보같은 태도이지만, 살아가는 인간은 그것을 바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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