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들

2019-2020

빈, 2020. 1. 1. 00:39

 

 

2020년이 되었다. 묘한 해가 시작되었다. '20'이라는 숫자가 반복되서인지, SF의 배경이 되는 해 같기도 한, 그런 해의 첫 날. 아직 해가 뜨지 않아서 아직 2019년에 머무르는 것 같지만, 해가 뜨지 않아도 하루는 이미 와 있으니까. 

 

2019년에는 여러 일들이 많았고, 세웠던 목표들도 많았고, 미처 이루지 못한 것들도 많았다. 많은 고민을 했지만 해결된 것들은 미미하다. 아마 평생 그렇게 안고 갈 고민들이겠지. 그래도 대략적으로 삶의 방향이 정해졌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조금이나마 구상할 수 있었다.

 

2020년에는 거창한 목표는 없다. 박사 학위 논문이 보다 진전되었으면 좋겠고, 더 많은 고민들이 내게 주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조금 더 건강하고, 조금 더 사랑하는 한 해가 되기를. (적고 보니 꽤 큰 목표들 같기도 하다)

 

이제 한국 나이로 33살이 되었는데, 어린 시절부터 33살이면 아재의 나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린 시절 나는 33살에는 아이를 키우고 있을거라고 생각했지. 현실은 아직 경제력도 갖추지 못한 33살의 학생이다. 마음과 능력은 아직 학생인데 신체 기록만 어른이다. 이 불균형은 언제 화해하게 될까?

 

재야의 종소리를 듣고 가족들과 한 번씩 포옹했다. 모두에게 즐겁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말도 안되는 바람인줄 알면서도 바란다. 엄마가 조금 보고싶어졌다. 나는 영화 <비기너스>를 볼 때마다 극 중 주인공과 어머니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눈물을 참지 못한다. 나는 소소한 즐거움을 얻어가며 살 테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우리 엄마가 내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다른 이들을 위해서도 살 테다. 그렇게 모순적인 두 가지 모두를 안고서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2020년 첫 날에, 무엇이 의미 있을까 생각했다. 일기를 적는 것은 내게 최선이었다. (물론 유서를 적어보는 선택지도 있지만 새해 첫 날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다소 두서가 없지만 그래도 지금의 생각들의 단편을 적어둔다. 내일 아침에는 떡국을 끓여 가족들을 먹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