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들

개강소회.

빈, 2019. 3. 9. 20:49




지난 월요일에 학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새 학기 시작인 동시에 새 입학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해서 학교가 매우 붐볐다. 모교에 오래 있으면서 수 많은 입학식들을 버텨왔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그 버거움은 사실 대학원에 찌들고 의욕이 사라져가는 나 자신에 비해 신입생들이 뿜어내는 생기와 의욕, 의지때문이리라. 정 반대의 힘을 가진 이들이 학교에 다수가 되면 괜히 모르게 움츠러들게 된다. 


군대 기간을 제외하면 학부는 8학기, 석사는 4학기에 마치고, 박사는 한 학기 더 다니게 되었지만 5학기의 개강을 경험했다. 물론 논문 기간과, 수료 이후 조교 생활을 포함하면 더 많은 개강을 지나갔겠지만. 이번 학기는 어떻게 보면 학생이라는 위치에서 맞는 마지막 개강인 셈이다. 20살 새내기여서 학교를 여행하듯 돌아다니던 그 시기로부터 벌써 12년이나 흘렀다. 조교 수업을 들어가면 띠동갑과 이야기할 수 있다.


이번 학기에는 목표로 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목표를 차근차근 해 나가야 3년 안에 박사 논문을 제출할 수 있을 텐데. 서른이 되면 사라질 줄 알았던 실존적 고민들은 눈뭉치가 제 몸을 키우듯이 점점 커지면서 졸졸 따라오고, 현실적인 고민들도 거기에 달라붙는다. 잡 생각이 많다. 훠이훠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박사 논문 주제를 정했다는 점이다. 박사 학위를 받게 되면 정말 직업 연구가가 되는 것인데, 그 때의 내가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지금의 내가 힘을 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