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여행 4일차 (공항에서 한국으로)
여행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아 즐거운 시간은 왜 이리 빨리 가는가. 조교 일과 가사노동, 논문 수정이 기다리는 한국으로 가는 날. 호텔에서 간단한 조식을 먹고 공항으로 향했다.
짐을 싸는데 왜 이리 답답한 마음이 드는지....짐이 참 슬퍼 보이네여...
블로그 정보를 맹신하면 안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공항 가는 버스는 터미널에서 타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위치가 바뀌어있었다. 전날에 보고 "어 여기서도 탈 수 있네"라고 생각했던 그 곳. "여기서도"가 아니라 "여기서만" 이었는데 몰랐다. 직원 분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빠르게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당황했지만 버스가 자주 있어서 금방 빠졌다. 반 이상이 한국인으로 보였다. 한국인들 대만에 정말 많이 오는구나.
내가 탄 버스. 버스에 usb 충전 잭도 있더라 신기해. (사실 2011년에 터키 갔을 때 이미 와이파이와 usb 잭이 있는 버스를 탔었지..)
공항에서 정신없이 수속을 하고 들어와서 수신방 펑리수를 찾았다. 펑리수 두 박스 정도 더 사려고 돈을 남겨놨기 때문이다. 헉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블로그에 들어가니 수속 전에 살 수 있다고.... 나는 면세점인줄 알았다. 망연자실해서 디즈니 스토어에 갔으나 원하는 스타워즈 굿즈도 없었고... 남은 돈을 탈탈 털어서 오르골을 충동구매했다.
집에 와서 찍은 사진.
그런데 아침도 제대로 안먹은데다 오후 비행기여서 두 시간 정도가 비었는데 배가 너무 고팠다. 오르골로 돈을 다 써버린 나는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음료수밖에... 결국 수수료나 환율을 감당하고 카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왕에 카드 쓰는거 공항 면세점 펑리수도 선물용으로 사버리고(수신방 엉엉) 면세점 내 음식점에 왔다.
우육면이 너무 좋다. 고수도 너무 좋고. 결국 1일 1 우육면 하고 대만을 떠나는 셈. 맛있게 배불리 먹었다.
결국에 운명의 시간이 왔고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었다. 헝..
대만 안뇽!
창가에 앉았는데, 다른 비행기가 날아가는 거 처음 봤다. 구름 위로 비행기 한 대. 신기하다.
늦은 시간 집에 도착해서 짐을 풀었다. 자잘한걸 많이 사왔고.. 대부분이 먹을 것. 누가크래커와 펑리수. 한 종류 씩 챙기고 나머지를 사람들에게 뿌렸는데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더 사올걸 후회했다. 치아더와 수신방이 제일 맛있었고, 고양이 펑리수는 모양이 귀여웠다. 맛은 글쎄.
여행 다니면서 혼자 걷고 사색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여행 책자 너머에 있는 삶을 생각하길 원한다. 이번 여행은 그런 관점에서는 좋지 못한 여행이었다. 일정이 급했고 대부분이 명소를 둘러보거나 쇼핑을 하거나 이동하는 시간으로 쓰였다. 허우통 정도가 취향에 맞는 여행지였던 것 같다. 조용하고 한적하면서 사람들의 삶이 느껴지는. 그래도 논문 이후 스트레스를 풀 만한 여행으로는 적당했던 것 같다. 돈을 마음껏(?) 쓰고 이것저것 먹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다만 다음에 대만을 또 가게 된다면, 가족이나 친구나 연인이나 소중한 사람과 함께 갔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