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9 후쿠오카

(1) 후쿠오카 시내 구경

빈, 2019. 2. 2. 00:55

일본여행이 처음은 아니다. 10년 전 즈음 가족여행으로 오사카-교토를 갔었다. 군 입대 전에 여행을 가야한다는 어머니의 강력한 주장으로 다녀왔었는데, 당시 어머니가 모든 계획을 짜셨기도 했고, 당시는 내가 여행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어서인지 많은 기억이 남아 있지 않다. 20대 초반이면 기억이 안 날 만큼 어린 나이도 아닌데 이상하게 가족들의 모습이나 어렴풋한 교토의 풍경 이외에는 딱히 남아 있는 기억이 없다. 복잡했던 오사카 중심부 정도?




그래서 후쿠오카 여행에서 마주한 '일본적인' 어떤 것들이 다소 생소하고 새로웠다. 후쿠오카라는 도시가 가진 고유의 측면도 물론 있겠지만, 잘 정돈된 일본의 도시에 대한 일반적인 인상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미세먼지로부터 도주한 우리 가족에게는 더없이 좋고 맑았던 하늘.












아주 가까우면서도 은근히 이국적인 풍광. 건물, 아파트와 도로 등 구성은 한국과 같은데 묘하게 다른 느낌을 주는 거리들. 어떤 구도가 더 좋은 사진인지 확신이 없어서 둘 다 올려둔다.











숙소는 '뉴 오타니 하카타'에 묵었는데, 조금 오래된 느낌은 있었지만 깔끔했고 텐진을 걸어 다닐 수 있는 위치도 나름 좋았다. 기대도 하지 않았던 시티뷰가 생각보다 괜찮았다.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있다고 했는데, 내가 체크인 할 때는 보지 못했다. 직원분이 일어로 열심히 설명해줬는데 눈치로 10% 정도만 이해했던 것 같다.








밤의 시티뷰는 이러하다.









일본어+네온의 조합에 신비감 혹은 사이버펑크적인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우리가 일본 문화에 익숙해져서일까? 아니면 일본 문화를 그렇게 소비하고 유통한 서양의 매체들 때문일까? 사진은 후쿠오카에서 이름 있는 쇼핑센터인 빅-카메라. 렌즈는 한국보다 그리 저렴하지 않았다.












야밤의 나카스 강변. 포장마차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캐널시티가 나온다. 친한 누나 말로는 나카스 강변이 좋았다던데, 내게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특히 가족여행으로는 조금 불편한 거리이기도 하다.










캐널 시티에 고 백남준씨의 작품이 있다. 가이드북에도 대체로 설명이 없어서 보통은 잘 모르고 지나가게 되는 것 같다. 나도 친구가 이야기해주지 않았으면 스쳐 지나갔을 것 같기도. 







다리가 아파 캐널시티 내부의 스타벅스에 들렀다. 직원이 신기하게도 백인(요즘은 홍인이라는 표현도 사용하지만)이었는데, 처음에는 일어로 말을 걸다가 내가 어버버 하니까 영어로 말을 걸어주었다. 내가 애정하는 pen-f를 목에 걸고 있으니 내게 사진을 좋아하냐며 묻고는, 어떤 렌즈를 쓰냐며 물끄러미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아주 저렴한 번들 렌즈로 막 교환한 참이어서 어쩐지 부끄러웠는데, 직원이 "오 루믹스! 굳!" 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유후인에 가기 위해 다음날 아침에 하카타 역에 왔다. 리모델링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꽤 큰 쇼핑센터다. 역사의 흔적 같은 것은 찾아 보기 어렵다.








하카타역에서 대체로 하게 되는 것은 쇼핑인데, 포켓몬 센터가 있어 지갑을 닫지 못하게 한다. 일본 애니매이션을 잘 모르는 나조차도 포켓몬스터는 아주 열심히 봤고, 심지어 151마리 까지는 거의 외우고 있으니..  151마리가 순서대로 놓여 있는 이런 진열대를 보면 눈이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 라이츄와 수륙챙이 인형을 바구니에 살포시 담았다. 문화의 힘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바로 옆에 버스 터미널이 있다. 하카타역과 터미널을 1층으로 걸어다닐 수 있지만 2층인가 3층에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사진으로는 제법 웅장해 보이지만 터미널은 하카타역에 비하면 매우 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