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낭 바투페링기 (3) - 트로피칼 스파이스 가든: 향신료정원
원래 일정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립공원인 페낭 국립공원에 가는 것이었다. 가서 터틀비치나 몽키비치에 가는 약간의 트래킹을 할 계획이었는데, 이전의 일정도 힘들었던데다가 더운 날씨에 아버지가 거부권을 행사하셨다. 사실 트래킹도 아버지를 위한 일정이었으니 큰 아쉬움 없이 다른 장소로 가게 되었다. 한의사인 아버지는 오히려 향신료에 관심을 가지셨고, 그래서 향신료 정원은 좋은 선택이었다.
트로피칼 스파이스 가든의 입구.
발을 들여놓자마자 정글에 들어선 느낌이 든다.
들어가려면 인당 29링깃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오디오 가이드 기기가 기본으로 제공되는데, 일어 중국어는 있으나 아쉽게 한국어는 없다. 한국인이 가면 영어 오디오 가이드가 제공되는데, 꽤 설명이 많아서 아주 오랜 시간 영어듣기평가를 하는 기분이다. 다 알아들으면 꽤 좋을 텐데. 오디오가이드와 함께 주는 지도에는 급한 사람을 위한 express tour 루트가 따로 표시되어 있다. 급하지 않으면 정글(?)을 돌파해서 출구까지 갈 수 있는데, 이 루트는 훨씬 다양한 식물들이 있다.
오른쪽 구석에 1이라고 적혀 있는 것이 오디오 가이드의 순서다. 이제 출발!
입구에 있는 큰 연못.
거대한 식물원이기보다는 정글에 와 있는 기분이다. 벌레도 많고..
꽤 크기가 되는 도마뱀도 만났다.
중간에 휴식을 위한 해먹이 놓여져 있는데, 해먹 이용법이 재미있게 만화로 그려져 있다. 해먹에 가로질러 누워야 하는지 처음 알았다..
오디오 가이드를 유심히 듣지 않으면 문외한에게는 비슷비슷하게 보인다. 덥고 다소 꿉꿉하지만 끈기 있게 듣는 것을 추천한다.
향신료 만드는 과정을 상상할 수 있게 향신료의 재료가 되는 여러 식물들과 절구공이 등이 놓여져 있다. 이전까지는 식물원에 가까웠다면 이제야 향신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더위에 힘들어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열심히 오디오 가이드를 듣기 시작하셨다.)
야생하는 자생 코카인 나무도 있었다. 일종의 마약류인데 이렇게 막(?) 있어도 되나? 생각했다.
조금 더웠지만 숲 속에 있는 기분이라 상쾌하기도 하고, 조금씩 정원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허브의 문(?)
길을 오르다 보면 작은 쉼터가 나온다. 한국에서 등산하다 보면 약수터가 나오듯이.
작은 휴식처에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페낭 전통 방식으로 화덕에서 차를 끓여 방문자가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게 되어 있다. 아마 주기적으로 차의 종류가 달라지는 듯 한데, 우리 가족이 갔을 때는 고양이 수염 차(캐츠휘스커)가 제공되고 있었다. 처음 마셔보는 차였는데, 꽤 맛있었다.
덥고 힘들어서 Express route로 관람했는데, 막상 금방 출구에 다다르니 뭔가 아쉬웠다. 출구 앞에 있는 샵에서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샀다.
출구로 나서는 길. 향신료 정원에는 따로 쿠킹클래스가 있어서, 예약을 하면 참가할 수 있다. 혼자 여행왔다면 한 번 수강했을텐데 조금 아쉬웠다. 출구 옆에 쿠킹 클래스 건물이 있다.
출구에는 사람들이 입장 시 옷에 붙였던 스티커를 문에 빼곡하게 붙여 놨다. 스티커가 주황색이어서 그런지 흉물인데 묘하게 흉물같지 않고, 뭔가 가든과 어울리는 느낌도 주는 것 같았다. 뭔가 암묵적인(?) 관례 같기도. 얼핏 보면 꽤 예쁘다.
가든 밖으로 나와서 버스를 기다렸다. 가든 앞에는 비치와 바다가 있는데, 리조트 앞에 바다보다 조금 더 맑아 보였다. 버스가 금방 와서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