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베트남 기행 - 나트랑 (3)
나트랑 (3) - 보트투어, 다이아몬드 베이 리조트.
베트남 여행에서 나트랑을 선택한 것은 맑은 바다에서 수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물론 태국 안다만 쪽이나 코타키나발루 쪽처럼 엄청 맑지는 않겠지만 스노클링 할 정도는 되겠지 하면서. 숙소와 교통편을 예약 하고 나서야, 나트랑 비치가 그렇게 맑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은 것은 근교 섬으로 가는 투어를 예약하는 방법 뿐이었다.
나트랑에는 펑키몽키 투어를 대표로 하는 10달러짜리 보트투어가 많다. 아주 저렴한 가격이면서 선상 식사도 제공하는 투어라 인기가 많은 것 같았다. 그런데 리뷰를 살펴보니 중간에 국가별 장기자랑(?) 대회도 있고, 한국인에게 아리랑을 틀어주면서 춤을 권한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있던데다가, 짧은 시간에 이동이 여러 번 잡혀있는 투어라서 포기하고는 다른 투어를 검색해 예약했다. 한인 여행사에서 스피드 보트를 대절해서 세 군데 정도를 도는 보트투어였는데, 가격이 35달러 + 예약금 만원 정도로 그렇게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조용한 비치를 가는 것이 괜찮을 것 같아 선택했다.
정해진 시간에 호텔 로비에 나와 앉아 있으니 픽업 버스가 와서 선착장으로 향했다. 아침에는 투어를 떠나는 여행객들로 선착장이 바글바글했는데, 우리는 가이드의 인솔에 따라 작은 스피드 보트에 탑승했다. 호텔에서 픽업을 진행했던 가이드는 다른 인솔 가이드에게 우리를 맡기고 떠났다. 조인투어라 그랬던 듯 싶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보트에 탑승하면서 선착장은 시장통이 되었다. 때가 되자 우리가 탑승한 보트도 출발했다. 바다 위를 빠르게 달리는 상쾌함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즐겁다가도 높은 파도를 만나면 보트가 들썩거리며 원치 않는 스릴을 느끼게 해주기도 했다.
보트가 파도를 타고 (파도 때문에 약간 무섭게) 달려 처음 도착한 곳은 미니비치였다. 작고 사람도 별로 없고 물도 맑아서 스노클링하기 딱 좋은 비치였다. 산호가 있는 쪽에는 물고기들도 관찰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쓰레기를 포함한 부유물이 꽤 많았다는 것인데, 관리하시는 분이 그물로 계속 건져냈으나 스노클링 하나 보면 시야나 손에 걸리고는 했다. 그래도 스노클링도 좋았고, 선베드에 누워서 멍 때리기도 좋은 비치였다. 머무르는 시간이 다소 짧아 아쉬웠다.
두 번째 목적지는 스노클링을 하는 바지선이었는데, 여기서 뭔가 가이드와 혼선이 있었다. 여기서 스노클링하는 시간이 너무 짧은 것이었다. 30분 정도 스노클링을 하고, 식사를 하고 바로 다른 목적지로 떠나는 일정이었다. '왜 이렇게 빨리 하지?'라는 의문이 생겨났다. 사람도 많아서 구명조기를 챙기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스노클링을 한 것은 10분 정도. 설마 밥 먹고 더 하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선상 뷔페는 여러 메뉴들이 나왔는데 맛은 그냥 먹을만 한 정도였다.
밥을 먹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막 출발하는 보트를 탑승하지 못해 소리를 지르고 계셨다. 그 보트를 타고 오신 모양인데, 인원체크를 하지 않고 출발했는지 타지 못하신 거였다. 소리를 질렀지만 듣지 못했는지 보트는 가버렸다. 그리고 아주머니는 우리의 빠른 스피드보트를 타셨고.. 난데없는 추격전이 벌어져 우리는 그 보트를 따라잡고 아주머니를 보내드릴 수 있었다. 뭔가 재미있는 상황이어서 막 박수도 치고 환호하고 그랬는데, 이 투어에서 가장 재미있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것은 처음에 숙소로 고려했던 멀펄 리조트가 있는 혼땀 섬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가이드의 말을 듣고는 우리가 투어를 신청할 때 이해했던 투어 시간표와 가이드가 이해하고 있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모두가 깨닫게 되었다. 투어는 네 시까지 예정되어 있었는데, 가이드는 너무 이른 시간에 출발하고자 했다. 많은 사람들이 강력하게 주장해서 시간을 연장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예약 당시보다는 이른 시간이었다. 혼땀 섬은 사람도 많고 시끌시끌해서 나는 그렇게 즐겁지 않았는데, 이럴 거면 앞서 미니비치에 더 오래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혼땀 섬은 워터스포츠를 즐기거나 풀바에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좋을 지 모르지만 조용하게 시간 보낼만한 장소는 아니었다. 중국인 러시아인도 너무 많고, 풀바에서는 계속 크게 노래를 틀어놓는다. 사실 마지막 투어 장소에서는 그저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시간이 되자 다시 보트를 타고 처음의 선착장으로 향했고, 거기서 우리를 픽업했던 기사님을 만나 픽업버스에 탑승했다. 가이드와 투어 사람들 사이에 있었던 착오나 매끄럽지 않은 진행 때문에, 따로 가이드에게 팁을 주지 않았다. 누군가는 투어 여행사에 따로 항의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투어가 끝나고 숙소를 옮겨야 했기에, 나는 시타디네스에서 택시를 타고 다이아몬드 베이 리조트로 향했다. 예약할 때는 몰랐는데, 다이아몬드 베이 리조트는 꽤 멀리 있었다. 시내와 공항이 약 40분 거리로 떨어져 있는데, 이 리조트는 딱 그 중간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미 시내에 적응을 다 한 나로서는 멀리 가는 것이 그리 좋지 않았다. 이럴줄 알았으면 시타디네스 4박 하는건데.. 하고 생각했다.
다이아몬드 베이를 예약한 것은 오성급 호텔이 꽤 저렴하게 나왔기 때문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방갈로에 묵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숙소 설명을 보니 시내까지 셔틀도 여러 번 있는 듯 했다.
시내에서 택시를 타면 15-20만동 정도의 요금이 나온다. 택시를 탄 시간에 비해서는 많은 돈이 아니지만, 배낭여행자에게는 사실 불필요한 요금이다. 배낭 여행은 역시 여행자 거리에서 살아야 한다. 그래도 리조트는 꽤 좋았다. 수풀이 우거지고 방갈로도 꽤 컸다. 리조트 전체가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을 보는 것 같았다. 시내하고 멀리 떨어져 있지만 수영장이나 음식점, 리조트 내에 작은 인공비치도 있어서 자체적으로 많은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듯 보였다. 밤이 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방갈로 바로 앞의 풍경. 정원 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다이아몬드 베이 리조트는 예전 2008년에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개최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방갈로 문 앞마다 '미스 ㅇㅇ'이라고 적힌 조형물이 붙어 있고, 방 안에는 그 당시 묵었던 방이었는지 사진과 사인이 적혀 있다. 심심해서 한 바퀴 돌면서 미스코리아 방도 있나 둘러봤는데, 어딘가 있을 것 같지만 찾지는 못했다. (이 숙소에 묵으면서 처음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대해 검색해봤는데, 최근까지 주관이 트럼프(미 대통령 맞음) 였다고 한다. 정치적 입장과는 별개로 정말 발 넓은 엔터테이너였구나.. 싶다)
옛 오성급 답게 시설은 약간 낡았지만 방이 무척 넓었다. 특히 화장실은 욕조가 빌트인 되어 있는 구조이기도 했는데, 종종 온수가 안 나와서 목욕에는 실패했다.
수영장 옆 샤워 부스 표시가 귀엽다.
리조트와 관련된 비치는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리조트 안에 있는 인공 비치다. 수영장과 조식 레스토랑 사이에 있는데, 만으로 설계되어 있어서 물이 그리 맑지 않아서 해수욕에는 적합해 보이지 않았지만, 노을이 비추자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었다.
해가 질 때가 되자 몇 가지 단점이 보였다. 리조트는 잘 관리되고 있는 것 같지만, 투숙객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레스토랑의 절반이 영업을 하지 않고, 매점도 닫아 있으며, 밤이 되면 돌아다니는 사람 없이 아주 조용하고 어둡다. 어딘가 귀양 온 느낌도 나는 것이다. 그리고 몇 안되는 레스토랑은 정말 비싸다. 한국 물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시내로 나가고 들어오는 셔틀은 하루 다섯 번 운행하는데, 이 시간을 맞추지 않으면 이 리조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비싼 가격으로. 이런 단점들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면 사실 좋은 리조트라고 생각한다. 가족들끼리 와서 방해 없이 조용히 쉴 수 있는 리조트라고 할 수는 있다. 다만 배낭여행자에게는 그리 좋지 않은 숙소로 보인다. (사실 애초 가격대가 배낭여행자에게는 무리였지) 누군가의 리뷰에서 "쥬라기공원 같아요.."라는 평가를 봤는데 밤이 되니 정말 좀 뭔가 그런 느낌이었다.
방에 돌아와서 (오성급 답지 않게) 지직거리는 화질의 티비를 보다가, 운동장만한 샤워실에서 몸을 씻고는 거대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좋은 선택이었을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