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베트남 기행 - 나트랑 (2)
나트랑 (2) - 콩 카페, 포나가르 탑, 담 시장, 나트랑 비치, 야시장
쨍한 하늘과 구름으로 시작된 하루 일정.
비가 오는 것보다야 낫지만, 달랏에 있다 오니 너무 후덥지근한 날씨여서 낮에는 숙소나 쇼핑몰에 들어가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공기가 뜨거워서 핸디 선풍기도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았다. 더 강한 걸 사왔어야 했나?
호텔 조식을 먹고 산책에 나섰는데, 정처 없이 걷다가 어제 안 가고 지나친 콩카페로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코코넛커피를 시키고 2층으로 올라갔는데, 대여섯개 테이블에 한 테이블 빼고는 모두 한국 여행자들이었다. 다른 외국인들은 별로 보이지 않고. 한국인 뿐 아니라 다른 외국인들에게도 어필할만한 카페라고 생각하는데, 코코넛커피가 한국 입맛에 더 맞나? 생각했다. (한국에 들어와 보니까 연남동에 콩 카페가 생긴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가까운 곳에 생겨서 좋기도 하지만 여행지의 랜드마크라는 성격이 옅어지는 것 같기도 해서 두 가지 감정이 모두 들었다)
커피를 마시고 목적지로 정한 것은 포나가르 탑이었다. 참파 왕국의 사원으로 탑과 건물 약간만 남아 있는 유적지라고 했다. 같은 문화권으로 분류되는 앙코르와트도 다녀왔고, 참파 왕국 박물관도 갔던 터라 그렇게 새로울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트랑에 있는 몇 안되는 유적이니 가보기로 했다.
역시나 관광버스를 타고 온 많은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있었고, 나는 2만 동 정도의 표값을 지불하고 입구의 계단을 올랐다. 날이 더운데 야외에 있자니 땀이 줄줄 흘렀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는게 어디냐고 생각했다. 구름은 좀 많았지만.
소박하게 몇 채 건물만 남아 있었는데, 푸른 하늘과 제법 잘 어우러져서, 사진이 잘 나오는 장소였다. 하늘이 조금 더 맑았으면 좋았을 텐데! 다른 이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사진을 찍고 있었다. 특히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계단과 탑이 일직선으로 늘어서는 지점이 포토 스팟인 듯 했다. 많은 이들이 줄을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제법 지대가 높아서,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다와 다리, 배 등 시원한 풍광이 펼쳐진다. 작은 낚시배들이 제법 많이 늘어서 있었는데, 무이네를 포기하면서 놓친 어촌 마을 풍경이 문득 아쉬워졌다.
포나가르에서 가까운 다리를 건너 담 시장으로 가려고 했는데, 포나가르에서 가장 가까운 다리에는 인도가 없고 차만 다니는 듯 했다. 멀리 돌아서 바다를 따라 쭉 내려왔다. 시내 북쪽에는 해변이 없어서 해변 산책로가 따로 없고, 일단 차도 옆 인도를 따라 걸었다.
걷다 독특한 수상가옥(?)도 마주치고.
멀리 떠가는 통통배도 만났다.
생각보다 오래 걸어서 담 시장에 도착했다. 딱히 무엇인가 사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재래시장이 궁금해서 시장 건물로 들어갔다.
재래시장의 모습을 취하고는 있지만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것 같기도 했다. 품목이 다양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가격의 경우 동일 물품인데 야시장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아마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는 재래시장의 역할도 함께 하지 않을까 싶은데 내가 간 시간대가 안 맞았을 수도 있겠다.
오후에는 나트랑 비치에서 해수욕을 즐겼는데, 시타디네스 전용 썬베드가 있어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물이 맑지 않고 파도가 은근히 거세서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둥둥 떠 있으려 해도 시야가 흐려지고 흔들리니 제법 무서웠다. 오랜만에 물도 많이 먹고.. 발리 꾸따 비치에서 서핑을 안 하고 수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해가 지고 나서는 숙소 근처에 있는 야시장으로 향했다. 다른 관광지에서 갔었던 야시장에 비하면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는데, 작은 구역에 수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여기 파는 물건 대부분은 나트랑 센터에도 팔고 있는데, 흥정에 따라 여기가 더 저렴할 수도, 나트랑 센터가 더 저렴할 수도 있겠다. 여기도 랑팜이 있는데, 나트랑 센터에 있는 랑팜이 아무래도 실내이고 해서 쇼핑하기 더 좋다. 야시장 분위기가 그리운 사람은 한 번쯤 갈만한 야시장. 소매치기가 있다는 리뷰를 봐서 혹시나 해서 지갑을 꼭 쥐고 다녔다.
혹시나 호이안에 갔던 사람이라면 별 거 아닐 것처럼 귀여워보이는 전등 몇 개가 머리 위에 달려 있다. 문득 호이안이 그리워졌다. 하루 종일 전등 사진만 찍어도 기분 좋던 시간이었는데.
밤에도 더운 시내에서 숙소로 피신한 후, 에어컨의 존재에 다시금 고마워하며 쉬다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