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8 남부베트남

남부 베트남 기행 - 달랏 (5)

빈, 2018. 7. 21. 00:50

달랏 (5) - 꽃 정원, 달랏 대학교, 반쎄오 맛집, 라비엣 커피, 야시장과 야식





이상하게 강행군인 날. 기차역에서 꽃 정원까지 걷기는 체력이 부쳐서 다시 택시를 탔다. 달랏에서는 대중교통이 잘 없는 반면에 택시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해서 자주 타게 되는 것 같다.




달랏 꽃 정원에 도착. 호수 근처에 있다.





입장료를 내면 카드를 주는데, 이 카드는 입구에서 개찰구에 들어가면 내게 돌아오지 않는다.

기념품 하고 싶은 예쁜 카드인데 뭔가 아쉽.









공원은 꽤 잘 꾸며져 있고 많은 꽃들이 있다. 공원에 놀러 온 베트남 현지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러나 해외에서 온 여행자에게는 사실 그렇게 유의미한 공간으로서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이 지역 사람들이 무엇으로 지역을 대표시키고 있는가를 아는 것은 재미있는데, 이 공간은 딱 그 정도의 의미만을 갖는 것 같았다. 







말 없이 서서 말도 못하게 고생하는 말. 


달랏에서는 마차 같은 것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마주칠 때마다 뭔가 착잡한 기분이 든다. 말이 고통받는 것도 불편하지만, 동시에 외지인의 입장에서 "그건 정의롭지 못해요!"라고 하는 것도 월권처럼 보이고. 그저 아끼면서 길러주기라도 하기를.








달랏에는 또한 와인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랑팜에도 많은 와인들이 진열되어 있고, 이 공원에도 대형 조형물이 놓여져 있다. 굉장히 저렴해서 한 번 마셔볼까 하기도 했는데, 혼자이기도 했고 술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아서 쉽게 단념해 버렸다. 와인이나 커피 같은 기호품들이 많이 나는 것이, 프랑스 식민시대의 경험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하고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면서 지나쳤다.






달랏 호수와 같이, 이 연못에서도 오리배를 타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한 바퀴 슥 돌고 나서, 반쎄오 맛집으로 향했다. 베트남에 세 번째 오지만 반쎄오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는 꼭 먹어보겠다 다짐하며 길로 나섰다. 위치는 달랏 대학교 후문 쪽이었는데, 지도를 보니 꽃 정원에서 20분 정도 걸어 가면 될 듯 했다.



그런데 


퇴근시간이어서 그랬을까? 수 많은 오토바이가 내뿜는 매연에 눈물까지 흘리고 켁켁거리게 되었다. 베트남에서 이런 적은 처음! 고산지대라 매연이 낮게 깔리는 그런 자연적 현상이 있는걸까? 내 몸에 못하는 짓을 하는 것 같아 달랏 대학교를 가로질러 가기로 했다. 원래는 밖에서 구경만 할 생각이었지만 학교 안에는 공기가 좋지 않을까 싶어서.




정문의 경비 노동자분께 양해를 구하고, 학교 안으로 들어섰다.







전통 양식을 살린 건축물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의 건축들에서 아쉽게 생각하는 것이 (특히 우리 학교 건물을 볼 때마다) 전통과의 단절인데,

그것은 어느 나라나 있을 법한 건축 양식이기 때문이다. 전통 양식을 현대화하는, 그것이 학창시절 교과서부터 배워온 '전통의 참다운 계승'이 아닐까. 적어도 달랏 대학은 그러한 계승이 잘 수행되고 있는 듯 보였다.










웅장한 중앙도서관. 다시금 우리 학교 도서관과 비교하게 된다.








후문을 나서기 직전에 신기한 경험을 했다.

어디선가 아리랑을 부르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들어보니, 대학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마치고 헤어지는 듯 보였다. 서로 한국어 인사로 작별을 하고 우연히 나와 같은 방향으로 걷게 되었다. 나를 보더니 뭔가 수줍게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라며 아이콘의 노래를 시작하는게 아닌가. 인사라도 할걸, 나도 뭔가 수줍어서 씩 웃고는 후문을 나섰다.




콴 반쎄오 Quan banh xeo 에 도착했다. 반쎄오를 하나 주문하고, 옆 테이블을 슬쩍 보면서 먹는 방법을 익혔다. 전 처럼 나오는 요리를 쌈과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소스에 찍어 먹는 것 같았다.







작아 보이지만 제법 양이 많았다.








너무 맛있어서 그랬는지,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남김 없이 먹었다. 당시에는 정말정말 맛있다고 느껴서, 하나 더 주문할까를 망설이다가 하나 더 먹으면 약간 느끼할 것 같아 포기했다. 계산하면서 아주머니께 "너무너무 맛있었어요!"하며 엄치를 척 하고는 다시 길로 나섰다. 소심하게 여행다니는 나로서는 이토록 적극적인(?) 감정 표현은 여행 다니며 처음이었다.







거의 공장제로 반쎄오를 굽는 부엌. 1층이 부엌이고 2층이 테이블이다. 로컬 식당이어서, 역시 위생에 예민한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듯 보였다.




이제 밥을 먹었으니 커피를 마셔야겠지!

그 유명한 라 비엣 커피를 다시 걸어서 가기로 결정했다. 매연이 덜하길 빌면서, 한걸음 한걸음 내딛었다.







라 비엣 커피는 카페 교육으로 유명한데, 수업을 들으면 로스팅부터 커피 종류나 커피 내리는 것까지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나는 혼자였기도 했고, 한국에서 독학을 통해 이미 기초적인 것은 알고 있었으니, 수업은 듣지 않았다. 다만 원두를 구매할 생각은 있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친구들도 많았고, 나도 종종 집에서 내려 먹기도 하니까.


한국처럼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작업하거나 공부하는 외국인들도 있었다. 달랏에 머무르는 사람들인 듯 해서 약간 부럽기도 했다.


핸드드립으로 마실까 하다가, 날이 더워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원두는 먹어보고 사는 것이 좋지만, 역시 더위에는 아아지.








맛은 있었지만 하루에 벤티 두 잔씩 먹는 한국인에게는 역시 적은 양이었다. 한국인은 언제부터 커피를 그렇게 많이 자주 마시게 되었을까. 더운 날 작은 잔의 커피는 금방 후루룩 하니 사라졌다.







카페도 조용하고 조명도 좋고, 한국에도 있었으면 자주 왔을 것 같다. 판매하는 원두는 여러 종류인데, 하나씩 사 봤다. 한국보다 확연히 싼 가격이지만, 하나 둘 씩 장바구니에 넣으니 역시 몇만원이 금방. 세 가지로 구분된 원두들을 하나씩 사고, 바리스타가 추천해준 스페셜 원두를 하나 샀다. 


(집에 와서 마셔 보니 원두 더 살걸 후회중이다.. 한국에서 동일한 품질의 원두는 네다섯배의 비용을 주어야 맛볼 수 있는 것 같다)



카페에서 휴식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지쳐서 택시를 타고 숙소에 왔다가 야식도 먹을 겸 다시 야시장으로 나왔다.

랑팜에서 쇼핑도 해야하고.





역시 오늘도 많은 사람들.








랑팜에 들러서 선물용 커피와 차를 샀다. 저렴하고 포장이 예뻐서 선물하기 좋은 것 같다. 우롱차와 아티초크차도 꽤 샀는데, 아티초크는 다른 지역에서는 잘 못 본 것 같아서 특산물이구나 싶었다. 아티초크 진액, 말린 잎, 티백 등등 다양한 아티초크 상품들이 있었다. 커피는 아쉽게도 홀빈은 없고 그라운드 된 것들만 파는데, 생산일이 적혀 있어서 최근 걸로 골라서 구매했다. 집에 돌아와 마셔보니 그래도 어느 정도 신선함이 유지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상하게 낮보다 밤이 더 붐비는 것 같다.








달랏 피자를 한 번 더 먹으려고 노점을 찾았다. 사람이 많은 노점이 맛있을 확률이 높겠지만, 분배정의에 대한 이상한 집착에서, 사람이 없는 노점에서 주문했다. 어머니와 아이가 운영하는 노점이었는데, 아이가 한국어를 아는지, "이만 동!'을 외쳤다.







피자를 들고 호텔에 가다 뭔가 아쉬워서, 다시 아무도 없는 노점에서 꼬치를 주문했다. 선택한 것들을 숯불에서 즉석으로 구워서 주신다.














달랏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열심히 돌아다닌 알찬 하루였다.


베트남 맥주가 아니어서 아쉬웠지만, 동남아 라거 맥주의 최고품질로 평가받는 타이거 맥주와 꼬치로 속을 달랬다. 8박10일의 여행인데 도시를 계속 이동해서인지 짧은 느낌이 강하게 난다. (실제로 예전 여행 생각하면 짧기도 하지만)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음 날 가게 될 나트랑의 푸른 바다를 떠올리면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