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8 남부베트남

남부 베트남 기행 - 호치민 (2)

빈, 2018. 7. 16. 23:00

호치민 (2) - 역사박물관, 호치민 시 미술관, pho2000, 수상인형극, 야경.





점심이 지난 즈음부터는 무척이나 더웠다.









역사박물관에는 고대 베트남부터 현대 이전까지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전통 방식과 현대 방식이 융합된 건물이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외세 침략에서 어떻게 베트남이 버텨냈는가를 글과 유물, 그리고 이와 같은 모형들을 통해 보여주는데, 한국의 역사 박물관에 온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내가 살았던 강화도의 박물관에는 언제나 외세로부터 막아내는 조선 군인들의 모습이 들어가 있었다. 외세로부터 이겨내고 자신의 역사를 보존했다는 민족적 멘탈리티는 베트남과 한국 모두가 공유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베트남은 현대에 미국과 '승리'한 기억이 이를 더 강화하겠지만.









통로로 이어진 사각형의 건물 사이로 정원이 있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출구를 나서면 어떤 사원이 바로 앞에 서 있고, 그 왼편으로는 동물원 겸 유원지(...뜬금 없는 위치에 있다)가 있다.






(사진 편집을 잊어서 사진 구도가 이상하다)








너무너무 더워서 택시를 타고 수상인형극 공연장으로 향했다. 종종 매진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표를 미리 사 두었다. 표는 꽤 비쌌는데, 20만동이 넘었다. 외국인 전용 공연인가? 하는 생각도. 저녁을 먹고 다시 오기로 했다.





중간에 비가 많이 와서 우비를 쓰고 걸었다. 열대 스콜이라고 해도 금방 멈출 것 같지는 않아서, 우비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숙소에서 미술관까지 걷는 내내 비가 쏟아졌다. 우비를 벗어 툭툭 물을 털어내고 미술관에로 피신했다.






입장료를 지불하면, 옷에 스티커를 붙이라고 하는데, 우비를 입고 있어서 손에 붙였다. (손이 못생겼지만 넘어가도록 한다)











다른 용도로 쓰이던 건물이라고 들었는데, 개조해서 미술관이 되었다고 한다. 실내 구조는 감옥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어둡고 좁은 통로와 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종종 마음이 답답해짐을 느껴서 나도 모르는 폐소공포증이 있나 할 정도였다. 미술품에 대한 사진이 없는 것은 사실 이 답답함에서 빨리 해소되고자 했기 때문이다. 


작품들은 주로 현대 미술이었는데, 베트남 현대사를 반영했기 때문인지 어두운 작품들이 많았다. 한국의 민중미술이 운동사나 전쟁 이후의 삶을 담고 있는 것처럼, 베트남 현대사의 사건들, 곧 공산주의 운동, 전쟁, 사회의 변화 등이 약간은 슬픈 관점으로 그려져 있었다.







오래된 엘리베이터가 건물의 나이를 짐작케 한다.










비가 그쳐 뒤늦게 담은 미술관의 외부 모습.









비가 많이 내린 후, 그날은 해가 질 때까지 다시 맑은 하늘을 볼 수 없었다. 대신 구름들이 묘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떠다녔다.









저녁은 pho2000에 왔다. 가족 여행 당시 여기서 식사를 하고 느꼈던 감동(?)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감동이 추억보정이었든지, 아니면 가게 맛이 변했든지 간에 만족도가 그렇게 높지 않았다. 더워서 그랬을 수도 있고, 혹은 내가 베트남 고추를 먹어버려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걸려 있는 빌 클린턴의 사진을 보면 여전히 신기하기도 하고. 이제는 그런 역사적 의미 이외에는 다른 식당에 비해 앞서는 것이 없어 보인다. 한국인들만 많이 앉아 있던 가게.










노을이 점차 아련한 느낌을 풍겨오는 시간이 되었다.









지나가다 베트남 한국 총영사관 앞을 지났는데, 한국 돌담길을 만나니 한국을 떠난 지 하루도 안 되었는데 반가운 느낌을 받았다. 







수상인형극장 도착.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기대보다 좋았던 공연이었다. 발리에서 그림자 인형극 봤을 때는, '이건 뭐 전통이라면서 뭐 이리 허접하고 비싸..' 였는데, 양 옆에서 전통 악기 연주하는 분들의 손놀림과 목소리, 인형의 디테일한 움직임들을 보고 약간의 경외심마저 들었다. 베트남어로 된 공연이지만 인형의 움직임이나 팜플릿을 보면 어느 정도는 따라갈 수 있다. (한국어 팜플릿 번역은 엉망이었으나..) 공연장 의자가 몹시 불편했지만 공연을 본 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요즘 전통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데(나이들어서 그런가..) 그래서인지 기억에 많이 남는다.







호치민에 분보 후에 맛집이 있다고 하여 야밤에 길을 나섰다. 숙소는 벤탄시장 쪽이었는데, 여행자거리 쪽으로 향했다.







Quan Ut Hue에서 분보후에 주문!


작은 로컬 식당이었는데... 내가 원한건 이런 맛이 아니었다. 먹을만 했지만.. 뭔가 후에에서 먹었던 것보다는 약간 밍밍한 느낌의. 맛있는 분보후에 먹고 싶다.







말로만 듣던 미니굿, 삼무를 목격. 중국 회사가 일본계인 미니소를 따라하면서 한국 회사인 척 한다는.. 끔찍한 혼종. 반중감정과 한류 때문에 이런 짓(?)을 한다고 한다. 베트남 정부에 항의했다고 하는데 언제 해결될지. 저런거 아니어도 한국인들이 베트남에서 부리는 패악은 많은데, 저런 것까지 있으면 뭔가 억울(?)해진다.






이번 여행에서 최악의 실수는 여행용 삼각대를 들고 갔다는 것이다. 혼자 다니기도 했고, 야경을 찍고 싶어서 들고 왔는데.. 1kg이라는 초경량에도 영 무겁고 짐이 되었다. 사진도 뭔가 그냥 찍는게 더 잘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삼각대 들고 다니면서, 삼각대를 안 쓰고 찍은 야경들.
















사탕수수 쥬스를 들고 숙소로 향했다. 여기는 사탕수수 쥬스에 오렌지를 섞어서 주는 노점들이 많다. 사탕수수만 짜서 주는 줄 알았는데, 뭔가 기대하지 않았던 맛이 느껴져 보니 노점에 오렌지 그림이 붙어있었다. 이상하게 아쉬운 기분.




숙소에서 월드컵 경기에 환호하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에는 그토록 가고 싶었던 달랏으로 가기 위해 신투어리스트로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