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8 남부베트남

남부 베트남 기행 - 프롤로그

빈, 2018. 7. 16. 16:22





매번 방학은 여행을 의미했다. 스스로 원해서 선택한 대학원이라는 길 또한 내게는 압박이라는 사실이 나를 자꾸만 일상의 바깥으로 떠밀었다. 태어나서 학부 때까지 다녀온 해외보다 석박사 과정 중 다녀온 국가와 체류일이 확연히 많다는 것은, 일상에서 스트레스 해소가 되지 않는 나에게는 여행이 유일한 해방구를 제공했다는 점을 말해준다.


그래도 통장의 잔고와, 원생의 기본 의무인 학업 열중을 도외시한 양심의 가책 때문에 이번 여름은 비워두고자 했다. 사실 8월 중순에 아버지 환갑으로 가는 가족여행이 있으니 그것으로 괜찮지 싶었다. 6월 말이 되기 전에는 말이다.


학기 말 세 개의 페이퍼를 마무리한 나는 정리할 생각들이 많이 쌓여서, 아무 생각 없이 비행기 표를 끊고 숙소를 예약했다. 머리를 비우기 위한 여행이었지만 예약하는 순간에 이미 내 머리는 비어 있었다. 


진로와 연애, 삶의 태도를 포함해 미래에 대한 총체적인 고민은 해소되어야 했다. 그래야 나는 공부든 뭐든 전념할 수 있을 테니. 일상에서 해소되지 않은 질문들을 여행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며 통해 처리하려 했다. 


프롤로그에서 결말을 쓰자면, 그 목표는 실패했다. 

그렇다면 이 여행은 무엇을 남겼을까? 포스팅을 남기며 나는 그것들을 다시 발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