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 4일차 (1) - 호이안 둘째 날
쉬엄쉬엄 다니기로 약속한, 호이안에서의 둘째 날이 되었다.
조식을 먹고 방에 돌아와 빈둥대다가
오전에는 비가 오지 않지만 저녁부터는 비가 내릴 것 같다는 예보를 보고는
더 쉬겠다며 징징대는 친구를 끌고 나왔다.
다리 위에서 본 리버 스위트 호이안 호텔.
4-5층 밖에 안되는 작은 호텔이었다.
우리 방은 2층. 더 높은 방을 주면 뷰가 더 좋았을텐데.
섬 쪽으로 건너가 구시가 중심부 쪽으로 걸었다.
친구가 환전한 돈을 다 써 버려서, atm을 찾으려 갈 겸.
(atm 수수료가 은행마다 천차만별이라, 싼 곳을 찾아서 멀리까지 갔다)
강 건너에서 본 내원교.
날이 맑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밤에는 오토바이가 많지 않은데, (사실상 오토바이가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관광객이 많다)
아침이 되니 정말 많은 오토바이들이 지나간다.
역시 베트남 하면 오토바이지.
운이 좋게도 전통 보트대회를 보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강둑에 몰려서 자신의 팀을 응원하고 있었다.
매년 때가 되면 하는 전통 마을 축제이지 싶었다.
강을 따라 걷다가 구시가 중심부 쪽으로 들어왔다.
저녁의 호이안은 지나가는 사람들 피해서 걷느라 정신없는데,
아침은 역시 한산해서 걸어다닐만 했다.
조용해서 좋았다.
당연한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호이안 구시가의 밤과 아침은 확연히 다른 인상을 준다.
다낭에 숙박하면서 당일치기로 호이안을 보는,
그래서 호이안의 밤만 즐기고 낮은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은 알 수 없겠지.
호이안에서 2박 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지나가다 차를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을 발견했다.
친구도 나도 차를 좋아해서, 정신없이 한 두 모금 마시다 보니
어느새 두세 봉지가 손에 들려있었다.
이 가게에서만 파는 독특한 상품인줄 알았는데,
호이안의 거의 모든 기념품점에 팔고, 나중에 보니 다낭에도 있더라.
그래도 나름 싸게 사서 만족.
집에 와서 우롱차 마시는데 맛이 괜찮다.
한 바퀴 돌고 왔는데 사람이 더 많아졌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대회가 클라이막스에 이르고 있음은 느낄 수 있었다.
노란 집의 색감이 너무 좋다.
자연에 이질적이면서도
과하지 않은, 눈이 편안해지는 색.
긴코 매장이 호이안에 두 개나 있다.
내가 가 본 동남아 업체 중 디자인을 가장 세련되게 뽑는 가게다.
예전에 호치민 갔을 때 티셔츠 디자인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티를 한 벌 샀었다.
티 한 벌에 한국 돈으로 삼만원 전후여서, 베트남 물가로 치면 엄청나게 비싼 편이다.
(나는 한국에서도 2만원 넘는 티를 산 적이 없다.)
그래도 품질도 디자인도 좋아서 기념품 삼기 좋은 상표다.
이번에는 내가 원하는 디자인이 사이즈가 없어서 실패했다.
포켓몬 고도 하고, 기념품도 하나 둘 사면서 마을을 돌다 보니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두 가지 시련이 있었다.
포슈아에 가서 맛있는 쌀국수를 먹기로 했는데, 구정 연휴로 닫혀있었다.
그래서 반미로 점심을 먹자 하고, 반미프엉으로 향했다.
그런데... 두 번째 시련에 마주했다.
줄이 그렇게 길 줄은 몰랐다.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려서 반미 세 개를 샀다.
"역시 반미는 쉽지 않아. 역시 친미가 답인가!" 같은 개그를 친구와 주고받았다.
하나씩 먹으면 배가 찰 것 같지 않아서, 그리고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 하나 더 샀다.
너무 힘들어서 가게 바로 길 건너에 앉아 우걱우걱 먹었다.
맛이 있긴 했는데... 그렇게까지 기다릴 가게는 아닌 것 같다.
지쳐서 빨리 찍고 먹으려다 보니 초점이 비닐봉투에 갔다.
반미 찍은 사진이 이 뿐이네.
엄청 배고팠던 것 같다.
반미 웨이팅의 후유증이 커서, 벌써 지쳐버린 우리는 찻집에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작은 고택도 구경하고.
리칭아웃 티 하우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