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7 다낭

베트남 여행 2일차 (1) - 다낭에서 후에로

빈, 2017. 2. 13. 21:30

잠자리가 바뀌면 깊은 잠을 못 잔다. 여행지에 오면 늘 그랬다. 

그래도 하루에 4-5시간 자고도 10시간씩 잘 걸어다닌다.

한국에서 없던 체력이 여행지에서 생겨나는 신기한 일을 10년째 겪고 있다.

7시쯤 일어나기로 했는데, 6시에 일어나서 씻고 앉아 있으니까 친구도 눈을 떴다.

호텔 조식을 먹으러 식당에 올라갔다.

쌀국수만 맛있어도 베트남 호텔 조식은 만족스럽다.






호텔이 한강변인데다 식당이 객실보다 높은 층에 있어서, 생각지도 않게 좋은 뷰를 보았다.





날씨가 흐렸는데, 도시 분위기와 묘하게 어울렸다. 





먹을 게 많거나 각각의 음식이 맛있지는 않았지만, 아침으로는 적당한 수준이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으면 삼성 호텔 조식도 먹을 만 하다.


체크아웃을 하고 한 마켓 근처 금은방에 환전을 하러 갔다. 금은방이 공항보다 환율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남은 200달러를 더 했는데, 적용된 환율은 22700동이었다. 22060이었던 공항보다 약간 이득을 봤다.

물론 한화로 환전하면 몇백원 정도의 이득이지만, 여행지에서 효율적인 환전이 불러오는 좋은 기분은 은근 무시할 수 없다.





한 마켓. 이른 시간이라 1층의 식료품을 제외하고는 개시하지 않았다. 다낭 시내는 마지막 날 다시 볼 계획이니 잠깐 둘러보고 나왔다.





한강변에는 강을 따라 산책로가 있다. 산책로에는 몇 개의 조형물들이 있었고, 그것은 우리에게 포케스탑이 되어주었다.

포케스탑도 돌릴 겸 산책도 할 겸 해서 강변을 걸었다. 버스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아있었다.





베트남 하면 오토바이가 떠오른다.

2년 전 호치민 시내에서 길을 건너지 못하고 오토바이에 포위되었던 기억이 있다.

횡단보도 위였는데도 말이다.

다낭도 역시 오토바이가 많다. 호치민보다는 덜하지만.





아침이라 한산한 다낭 시내. 

아마 베트남 구정 연휴라서 더 한산했던 것 아니었을까.

명절에 서울 시내가 조용해지는 것 처럼.





여행자는 오래 머물지 않으면 많은 것을 볼 수 없다.

베트남에서 길지 않은 시간 머무른다면 이 국가가 공산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없는데,

오직 이런 깃발과 문양의 강렬함만이 공산주의 권역이라고 소리치는 것 같다.

고급 리조트들이 즐비한 공산국가라니.




많은 한국인들이 """인생샷"""을 찍어간다는 다낭 성당. 

필터 보정을 하면 색감이 잘 나올 것 같지만

육안으로 보거나 강한 필터를 쓰지 않으면 그렇게 아름답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잠겨 있어서 울타리 위로 사진만 찍고 계속 걸었다.




한강 변에는 많은 건물들이 공사를 하고 있다. 아마 대부분 호텔이거나 관광 관련 건물들이 아닐까.

다낭은 누군가의 표현으로는 "이제 막 뜨고 있는" 여행지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다낭이라는 도시가 생활공간에서 소비-관광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을 다닐 때마다 늘 생각한다.

어떤 의미에서 여행자는 여행지를 착취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존적인 경제적 식민화에 공헌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특히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 우리가 싼 물가를 즐길 수 있는 나라에 갈 때(싼 물가는 빈부격차의 증표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





한강 변에서 바라본 시내.





베트남의 스타벅스라는 하이랜드 커피다. 바로 건너편에는 역시 베트남의 핫한 프랜차이즈 트룽웅우엔 카페가 있다.

테이크아웃 하기 위해 하이랜드를 선택했다.





버스를 기다리며 신투어리스트 사무실에 왔다.

슬리핑 버스를 탄다는 사실에 조금 설레면서 앉아있었다.





직원분이 손짓하더니 여행자들을 인솔해 간다. 드디어 슬리핑 버스를 만났다.

세 시간 여정이니 엄밀히 말하면 "슬리핑"은 아니지만, 누워서 버스를 타는 경험은 새롭다.

터키에서 밤 버스 타면서 12시간씩 다닐 때도 누워서 타는 버스는 없었는데. 

두근두근 했다.





슬리핑 버스 내부. 신발을 벗고 비닐에 담아서 들어간다. 

생각보다 고급 느낌이 나지만 낡은 부분이 군데군데 발견된다.

자세히 보면 더러우니 자세히 보지 않고 누워서 갔다. 

예전에 배낭여행 다닐 때는 빈대 있고 이런 기차도 거리낌 없이 탔는데, 나이 드니까 이상한 깔끔을 떤다.

슬리핑 버스는 두 층으로 나눠져 있어서 앉아 있기는 어렵다. 천장에 머리가 닿는다.

우리는 아래 층이었는데 (사진에 보이는 앞 사람이 친구다) 내 윗 사람이 자꾸 뭔가를 떨어뜨려서 공포감을 불러일으켰다.





휴게소에 잠깐 멈춰서서, 버스 사진을 찍었다. 

아, 와이파이도 된다. 노래도 들을 수 있었다.

휴게소를 떠나 30분 정도 후에, 후에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