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들

안녕 2023, 안녕 2024

빈, 2023. 12. 31. 11:44

 

2023년은 변화가 많은 해였다.

 

대학교 입학 후부터 군대를 빼고 계산해도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살았던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오게 되었다. 지방출신임에도 서울에 적응했는지, 서울 시민이 아니라는 것에 익숙해지는 데 조금 오래 걸렸다. 특히 서울을 왕복으로 다녀오는 시간을 계산하는 것이 빠르게 되지 않았다. 이제는 자연스러워졌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석박사를, '대학원생'이라는 이름으로 살다가, 올해에는 박사를 마치고 강사가 되었다. 하반기에는 수업을 맡았으며, 강의를 하고, 시험을 출제하고, 성적을 주었다. 오늘까지 컴플레인 메세지에 답변했다. (상대평가 규정이 엄격하여 올려주지 못함을 한참 설득했다. 나도 아쉽다.) 나 스스로를 연구보다는 교양 강의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즐거웠다. 첫 학기는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다음 학기는 더 좋은 수업을 할 것이라 다짐했다.

 

비로소 '어른'이 된 기분이 든다. 대학원생은 주변의 친구들보다 너무나 뒤늦게 사회초년생이 된다. 이제 학회에 나가서 학생이 아닌 '선생님'이 되고, 학생들은 내가 교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교수님'이라 불러준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내가 책임의 주체가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무겁고, 한편으로는 벅찬 마음이 든다.

 

사실 갈 길이 멀다. 연구 실적도 부족하고, 강의 경력도 쌓아야 되며, 학계 네트워크에도 이름을 남겨야 한다. 직업적인 측면 외에도 앞으로의 인생을 계획하고, 건강도 챙겨야 할 것이다. 내년은 올해보다 조금 더 바쁜 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바쁜 와중에도 삶의 지향을 망각하지 않는, 너무 급하지도 느긋하지도 않은 한 해로 살고자 한다.

 

내년은 청룡의 해라고 한다. 만 36살, 이제 12간지 세 바퀴가 돈 셈이다. 조금씩 중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숫자가 아니라 몸으로 느껴지는 어떤 나이듦이다. (주변에 다들 나이 많은 분들이라 이런 이야기 하면 혼나곤 한다) 나이 먹은 만큼 더욱 성숙해지길 스스로에게 바란다.

 

해피 뉴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