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박사가 되었다.

박사 심사는 6월 말에 끝났는데, 블로그에는 적지 못했다. 뭔가 거창한 글을 써야 할 것 같아서.. 그래도 조금이나마 여유가 있을 때 뭐라도 쓰고자 오랜만에 블로그를 열었다.
'나같은 사람도 박사를 받을 수 있다니.. 한국의 학위체계는 도대체..!'
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허술한 부분도, 아쉬운 부분도 있고, 나 자신은 야망이 없는 논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마무리단계에서는 굉장히 큰 이야기를 하게 되어서 논의를 100% 완성하지도 못 했다. 학위 논문은 일종의 license이며, 완벽한 학위논문이 나오는 경우는 잘 없다고 주변에서 이야기했지만,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주변의 선생님들이나 동료들은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다. 그것이 나의 부족함을 알면서도 감싸주기 위해서 했던 말들이든, 혹은 정말로 나를 그러한 시선으로 보는 것이든 간에 나는 더 나아질 필요가 있다. 좋은 연구자가 되고 싶은 야망은 없고, 능력도 없지만, '그럴 듯한' 연구자는 되어야 하지 않겠나.
다음학기에는 논문을 요약하여 여러 곳에 투고할 계획이고, 경기도 대학에서 강의를 하나 맡기로 했다. 안타깝게도 최근에 박사 배출이 많은 모교에서는 강사 자리를 얻지 못했다. 경력의 시작부터 타대학을 전전하려니 조금 서운한 마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지. 타대학 강사자리도 고배를 마셔서 결국 한 두 강의를 하게 될 듯 하다. 학회에서 한 두 차례 논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발표도 잡혀 있다.
엄마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하루하루를 돌이켜보면 잘 지켜지고 있지 않는 듯 하다. 그래도 삶의 큰 궤적을 보면 그럭저럭 엄마의 기대에 부합하게 살아왔다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살아가야지.
남은 2023년이 무탈했으면 좋겠다.
ps. 강사 수업에 학생들이 블로그를 검색해 들어오지는 않겠지? 글들을 지워야 되나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