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프의 결혼식
베프(라는 표현은 꽤 무거운 이름이지만.. 조심스레 써 본다)의 결혼식이 얼마 안 남았다.
고등학생 때 처음 만나 인생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로 지냈던 사람이다.
각각의 우정에는 각자의 얼굴이 있는데, 이 친구와는 시덥지 않은 소리를 주고받거나, 장난을 치거나,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누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진지한 고민들을 서로 이야기하고, 마음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는 사이였다. 10대부터 이미 나라 고민을 하는 사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친구의 유학과 나의 고달픔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 외에는 대화가 뜸하기는 하지만.
서로의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계기들이 있었다. 고등학생 때는 함께 반 대표로 시 짓기 대회에 나갔고, (나는 탈락했지만 친구는 상을 받았었다) 노래방 메이트이기도 했으며, 군대에 가서는 서로 편지를 주고받고, 함께 문과 대학원에 진학하는 잘못된 선택을 했으며, 이후에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경험도 번갈아 하게 되었다. (나는 엄마 장례 동안 거의 울지 않았는데, 그 친구가 조문을 왔을 때에는 그의 품에서 펑펑 울었다)
그런 친구가, 아주 오랜 연인인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당연히 그럴 것이기에 걱정도 별로 없다.
내 친구들 중에는 가장 어른스러운 사람이고, 상대를 배려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친구가 축가..를 하지 않아서, 내게 편지 낭독을 부탁했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에 내게 그런 일을 부탁한다는 것은 매우 귀중한 일이다. 그것은 내 인생에서도 매우 빛나는 순간일 것이다. 부탁을 받고는 조금 자랑(?)하고 다니기도 했다.
그치만..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친구의 결혼식에.
서로 편지를 주고 받지 않은지도 10년이 다 되어간다.
이야기할거리가 많은데, 잘 정리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
나의 마음을 전달하면서도, 하객들에게 내 친구 부부를 빛낼 수 있는 그런 말들을 찾아내야 할텐데.
차라리 축가를 시켜줘! 라고 장난치듯이 이야기했는데, 어느 정도는 진심이었다.
내일부터는 한줄 한줄 적어봐야겠다 생각했다.
적어보고, 또 고쳐보고, 다시 적어보고 그렇게 다듬어가야 그나마 괜찮은 글이 될 것 같다.
조금 떨리지만, 잘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