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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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2021. 11. 4. 00:49
사랑의 한 형태는 내가 그를 원하는 순간 상대도 나를 원하는 동시성이다.
호동이는 내가 가까이 오면 손이 닿기도 전에 골골대기 시작했다. 나의 존재가 그의 기쁨이었다. 그리고 그의 존재도 나의 기쁨이었다.
새벽에 나만 깨어 있으면 호동이는 어서 자라는 듯이 내게 와서 울고 몸을 비볐다. 내가 침대에 누우면 늘 얼굴 옆에서 식빵을 구우며 나의 쓰담을 받았다. 골골대는 소리가 작아지면 그것은 호동이가 다시 거실로 돌아간다는 신호였다. 나는 가지 못하게 더 열심히 쓰다듬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오랜만에 호랑이가 내 방에 왔다. 자신의 형제와는 달리 호랑이는 내 방에 잘 오지 않는다. 내 침대 위에 있는 호랑이를 오랜 시간 쓰다듬었지만 여전히 귀찮은 표정이다.
아직은 빈자리가 무뎌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