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3일.
지난 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많은 것들이 변했다. 아버지는 평창에서 서울로, 우리는 3인 가족이 되었다. 나는 작년 한 해동안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사실상 일년을 쉬었다. 그 외 크고 작은 것들이 변했다.
가장 크게 변한건 세계관, 혹은 삶의 방향 같은 것이었다. 어머니가 건강하시던 시절, 내가 내 생애에서의 큰 변화를 감지하지도 못할 시절에는 장난처럼 이야기하고 다녔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니까 그냥 즐기자ㅋ행복한게 제일 중요하지" 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그러한 방향성의 부분이었다. 그래도 미래를 고민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지금 즐거움으로써 잃는 미래의 조건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나는 더 이상 미래를 진지하게 걱정할 수 없게 되었다. 죽음은 언제 다가올지 모르고 정말 순식간에 누군가의 삶을 망가뜨린다. 교수, 저자, 혹은 박사과정생이라는 일종의 미래에 도달하는 것은 수많은 우연성들의 결합이고, 나는 그 우연성들을 위태위태하게 통과할 자신이 없어졌다.
어머니의 병명은 췌장암이었다. 누군가의 말로는 "병세를 느끼게 되면 이미 늦은" 병, 1기 때 발견해도 생존률이 절반도 되지 않는 그런 병. 어머니는 병명을 알게 되시고 딱 3개월만에 돌아가셨다. 끝을 준비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암은 유전적인 성격이 크다고 한다. (전공이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내게도 높은 확률로 병이 오겠고, 나는 허둥지둥 삶을 마감하게 될지 모른다. 약간의 건강염려증도 생겼다.
이제는 먼 미래를 꿈꾸는 것이 두렵다. 불확실한 내일보다 오늘의 행복에 목말라한다. 그렇게 좋은 태도는 아닌 것 같지만, 이걸 이겨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 아마 대학원은 계속 다닐 것이다. 대학원이라는 길에는 신기하게도 미래와 현재가 겹쳐 있는 것 같다. 지금 가진 것이 없어서 미래를 보고 공부할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현재의 작업이 주는 행복감도 있다. 지금 내게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이기에.